소리숲 35

애쓴 보람이 있다 ^^

새 식구 1019 TT에 대해 이어서 쓴다. 집에 오자마자 산수이 리시버에 연결해서 메시아 LP를 올렸다. 전 주인의 그라지에서 들었던 그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기대하며... 아뿔사! 음악이 한쪽 채널에서만 나온다. 오른쪽 스피커가 벙어리처럼 잠잠하다. 왼쪽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신세계를 경험하듯이 황홀한데... 그래서 리시버 뒷쪽의 라인들과 스피커 선을 뺐다 다시 연결하기를 수 차례 해보았다.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몸부림을 치다시피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카트리지 쪽에 손을 대보니 소리가 나오지 않는 스피커 쪽에서 웅웅 거린다. 혹시 카트리지에 문제가 있다 싶어서 전 주인이 새 것이라고 준 카트리지에 스타일러스를 끼우고 암에 연결해보니, 서로 맞지를 않는다. 쓸모 없는 카트리지를 ..

소리숲 2023.05.27

새 친구를 맞다

제대로 된 아이들러 타입의 턴테이블을 만나고 싶었다. 지금 있는 가라드는 웬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러 모델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 때문. 크진 않지만, 그래도 음악 감상이 워낙 예민한 취미라. 그런데 크레그리스트에서 Duel 1019 모델을 발견한 거다. 가격도 착하고 집에서 거리도 가깝고 가장 마음에 든 건 이 녀석에 대한 주인장의 아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었다. 1019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으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평가가 좋다. 탱크, 독일 모델이라 메카니즘이 아주 정교하다, 소음이 없고 정숙하다, 턴의 속도가 정확하다 등등등 결국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5일이나 연락이 없었다. 팔렸다 보다 생각했다. 5일 후 연락이 왔다. 그동안 다이렉트 턴을 보고 있었는데...그 모델도 마음에 들..

소리숲 2023.05.20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가끔 튜너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몰두할 땐 자주 판을 뒤집어주어야 하는 LP 엘피 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판을 갈아주어야 하는 CD는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입니다. 가끔씩 귀에 들어오는 감미로운 진행자의 목소리도 좋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음악을 접한 방법이 튜너였기 때문에 듣고 있으면 마치 고향집에 온 것같은 푸근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튜닝 상태를 최상으로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 드디어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몇 년 동안은 아래 기기들을 사용했습니다(지금은 지하실 창고 한 구석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사 전에는 Radio Shack에서 구..

소리숲 2022.10.28

턴테이블의 재발견: 바늘이 중요하다

서재의 턴테이블 소리가 마음에 안 든지 오래되었다. 워낙 오래된 빈티지 모델(그래도 가라드^^)이라 기기 자체의 한계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스타일러스(바늘)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다가 "N"사의 바늘 평이 좋길래 카트리지 채로 구매해서 교체하려고 보니 커넥터와 연결되는 다리가 너무 얇아 사용할 수 없었다. 아마존의 편리한 리턴 시스템을 사용해서 환불을 받고 이번엔 "A"사의 염가형(코니칼 형) 바늘을 구매했다. 그런데 연결하다가 커넥팅 케이블 하나(White)가 납땜한 자리에서 분리되고 말았다. 문과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다행히 납땜할 수 있는 분을 찾을 수 있었다. 5일 후, 드디어 납땜이 잘 된 녀석을 받아 "A"사의 카트리지를 연결했는데... 소리가 영..

소리숲 2021.11.26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2)

오디오 수리점 주인과 통화가 되어 기뻤지만... "이제 개인적인 일들이 정리가 되어서 막 전화를 드렸는데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오래된 단골이 맡겨놓은 오디오를 손보는 중인데 한 두 주는 더 걸릴 것 같아서요. 메시지를 남겨두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드리면 실례일 것같아 먼저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래서 다시 두 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두 주 후쯤 드디어 Don에게서 연락이 왔고 50 파운드가 넘는 애큐페이즈를 들고 그 집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곳에 오기 전 다른 곳에 녀석을 맡긴 적이 있었습니다. 오디오 매니아인 아들 친구가 소개해 준 수리점이었습니다. "맡겨놓고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데. 어떤 땐 몇 개월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나 봐. 친구가 그러는데, 그래도 실..

소리숲 2021.04.14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1)

사진의 녀석은 Accuphase P300이라고 하는 파워앰프 입니다. 미국에 와서 오디오 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나와 함께 한 정이 깊게 든 친구입니다. 소리는 튜브 앰프가 아닌데도 중음이 풍성하고 저음이 깊은 명품입니다. 처음 세트를 구성할 때 선배님이 럭스맨 CL35와 함께 짝지어준 녀석인데 시작할 땐 막귀라 고마움을 모르고 있다가 몇 년 전에야 그 진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럭스맨 프리 앰프도 무식한 주인을 만나서 일찍 내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진가를 알았을 때는 이미 맥킨토시 225가 굳건히 제 귀와 마음을 붙잡고 있던 터라 서재의 Sub을 지키다가 고장이 나서 아예 한동안 창고 구석에 쳐박혀 지내야 헸습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녀석을..

소리숲 2021.03.24

고쳤다 나온다

오래 전부터 벨트 타입의 턴테이블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페북 시장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마음을 끄는 녀석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이 녀석을 장터에 내놓은 분의 주소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동네 사람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투명한 아크릴이 눈부신 녀석의 아름다운 자태엿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녀석의 리뷰를 보니 아주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좋은 평이었습니다. 페북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판매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차로 2분 거리. 가지고 간 LP로 음악을 듣는데 가늘지만 섬세하고 투명한 소리들이 가슴을 깊이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MC stylus가 재현하는 음은 MM stylus의 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고맙게도 내..

소리숲 2020.11.30

Mozart의 마지막 교향곡을 듣다

Jupiter라 부르는 Mozart의 마지막 교향곡은 가장 Mozart 같지 않은 곡 같다. Mozart 곡하면 밝고 섬세하고 유쾌함이 생각나는데, 이 곡은 깊고 장중하고 엄숙하다. 마치 Beethoven의 교향곡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다른 분위기인데도 참 좋다. 교향곡 40번을 완성한 후 15일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하니...천재는 천재다. 칼 뵘의 지휘도 감동적이다. 한 번 더 들어보려고 진공관을 덥히고 있는 중이다. :)

소리숲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