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애쓴 보람이 있다 ^^

채우미 2023. 5. 27. 23:41

 

새 식구 1019 TT에 대해 이어서 쓴다.

 

집에 오자마자 산수이 리시버에 연결해서 메시아 LP를 올렸다.

전 주인의 그라지에서 들었던 그 풍성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기대하며...

 

아뿔사! 음악이 한쪽 채널에서만 나온다.

오른쪽 스피커가 벙어리처럼 잠잠하다.

왼쪽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신세계를 경험하듯이 황홀한데...

그래서 리시버 뒷쪽의 라인들과 스피커 선을 뺐다 다시 연결하기를 수 차례 해보았다.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몸부림을 치다시피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카트리지 쪽에 손을 대보니 소리가 나오지 않는 스피커 쪽에서 웅웅 거린다.

혹시 카트리지에 문제가 있다 싶어서

전 주인이 새 것이라고 준 카트리지에 스타일러스를 끼우고 

암에 연결해보니, 서로 맞지를 않는다. 

쓸모 없는 카트리지를 새 것이라고 준 게다. 

전 주인에 대한 불신이 호르르 올라와 마음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상태가 이 정도라면, 전 주인도 모를 리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로 바뀌었다.

그라지에서 시연할 때, 스피커 한짝으로 음악을 들려주었던 생각이 나면서 더 화가 났다.

녀석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전 주인에게 이 메일을 보냈다.

상태를 설명하고 당장 가겠다고, 내가 가면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담아서 보냈다.

한 편으로는 "그래서 가격이 착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메일을 보낸 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다시 옛날 카트리지에 바늘을 끼워보기로 했다.

그 전에 카트리지 접점이 너무 더러워 보여서 알콜로 닦아냈고

다른 접점에는 Deoxit D5를 뿌렸다.

그런 후 바늘과 카트리지를 연결하고, 다시 카트리지와 암대를 연결했다. 

 

심호흡을 하고 

메시아 LP를 다시 올려놓고 녀석을 스타트했다.

 

와우!

양쪽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작은 서재를 꽉 채우고 내 가슴을 꽉꽉 채웠다.

지하실에 있는 MC 바늘을 사용하는 고급 턴테이블 못지 않게 훌륭한 소리를 내준다.

베이스는 더 풍성한 것 같고,

음장감도 더 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듣는데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다.

 

다시 전 주인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이 메일을 보내고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었다.

문과 출신의 무지랭이가 큰 일을 해냈으니...교만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만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1960년대에 독일에서 만들어진 TT라 그런지

클래식 음악에 아주 적합한 소리를 내준다.

특히 현의 소리가 발군이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듣는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음악감과 음장감이 뛰어나서 교향곡도 잘 소화해낸다.

그동안 멀리했던 대편성곡들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1019야

오래오래 내 친구가 되주라.    

 

 

 

 

 

'소리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친구를 맞다  (1) 2023.05.20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1) 2022.10.28
턴테이블의 재발견: 바늘이 중요하다  (0) 2021.11.26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2)  (0) 2021.04.14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1)  (0)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