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2)

채우미 2021. 4. 14. 09:14

 

오디오 수리점 주인과 통화가 되어 기뻤지만...

"이제 개인적인 일들이 정리가 되어서 막 전화를 드렸는데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오래된 단골이 맡겨놓은 오디오를 손보는 중인데 한 두 주는 더 걸릴 것 같아서요.

메시지를 남겨두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드리면 실례일 것같아 먼저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래서 다시 두 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두 주 후쯤 드디어 Don에게서 연락이 왔고

50 파운드가 넘는 애큐페이즈를 들고 그 집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곳에 오기 전 다른 곳에 녀석을 맡긴 적이 있었습니다.

오디오 매니아인 아들 친구가 소개해 준 수리점이었습니다. 

"맡겨놓고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데.

어떤 땐 몇 개월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나 봐.

친구가 그러는데, 그래도 실력은 최고래."

막내 말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진짜 맡겨놓은 후 까맣게 잊고 말았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습니다. 

"고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수리점을 알아 보다가 Don과 연락이 된 겁니다.

 

드라브웨이에 차를 대니 집에서 가죽 점퍼를 멋지게 걸친 초로의 남자가 나왔습니다.

많이 말라보이는 체격에 마스크 위로 눈이 서글서글한 아주 인상 좋은 남자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먹을 부딛히며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후 

묵직한 녀석을 Don이 끌고 온 카트에 얹은 후 그라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화로는 자세한 이야기를 못했는데

사실 그 동안 암 치료를 받느라 수리를 오랫동안 할 수 없었습니다.

폐암이라 한쪽 폐를 잘라내고 방사선과 약물 치료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아직도 완치가 된 건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젠 기운이 좀 돌아서 수리를 시작한 겁니다.

애큐페이즈 참 좋은 앰프죠.

수리하면서 몇 번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중음과 저음이 아주 뛰어난 앰프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이 소리를 듣지 못해서 힘들었겠군요."

 

자신의 병력을 이야기 할 때는 남 이야기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더니

앰프와 내 이야기를 할 때는 아쉬운 내 맘에 100% 공감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런 Don이 첫 만남부터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앰프를 맡기고 오면서 끝내 내 속내를 나누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앰프의 진가와 내 마음을 알아준 Don에게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한 약속을...

 

To be continued 

 

 

'소리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1) 2022.10.28
턴테이블의 재발견: 바늘이 중요하다  (0) 2021.11.26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1)  (0) 2021.03.24
고쳤다 나온다  (0) 2020.11.30
Mozart의 마지막 교향곡을 듣다  (0)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