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이 녀석을 통한 만남 (파트 1)

채우미 2021. 3. 24. 09:33

 

사진의 녀석은 Accuphase P300이라고 하는 파워앰프 입니다.

미국에 와서 오디오 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나와 함께 한

정이 깊게 든 친구입니다.

소리는 튜브 앰프가 아닌데도 중음이 풍성하고 저음이 깊은 명품입니다.

처음 세트를 구성할 때

선배님이 럭스맨 CL35와 함께 짝지어준 녀석인데 

시작할 땐 막귀라 고마움을 모르고 있다가

몇 년 전에야 그 진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럭스맨 프리 앰프도 무식한 주인을 만나서 일찍 내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진가를 알았을 때는 이미 맥킨토시 225가 굳건히 제 귀와 마음을 붙잡고 있던 터라

서재의 Sub을 지키다가 고장이 나서 아예 한동안 창고 구석에 쳐박혀 지내야 헸습니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녀석을 그냥 둔다는 건 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잘 고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오디오 수리점을 찾는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데

전화를 해보니 이런 메시지만 흘러나왔습니다.

"가게를 접고 집에서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다 준비가 되면 연락을 드릴테니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이상하게 다른 곳을 찾게 되질 않아서, 메시지의 지시대로 따랐습니다.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서 몇 차례 전화도 넣어보았지만, 같은 메시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거의 7개월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Don Audio 입니다. 메시지 남겨놓으셨지요.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제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Accuphase P300을 손봐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아주 좋은 파워 앰프를 갖고 계시네요."

정말 오래 기다렸지만...

녀석의 가치를 알아주는 주인의 멘트에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중,

주인(이름이 Don)이 그동안 빨리 수리점을 열지 못했던 사정도 솔직하게 나눠주어서

마음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Don이 겪은 "개인 사정"은 더 내 마음을 가깝게 다가가게 만들었습니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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