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부터 벨트 타입의 턴테이블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페북 시장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마음을 끄는 녀석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이 녀석을 장터에 내놓은 분의 주소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동네 사람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투명한 아크릴이 눈부신 녀석의 아름다운 자태엿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녀석의 리뷰를 보니 아주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좋은 평이었습니다.
페북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판매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차로 2분 거리.
가지고 간 LP로 음악을 듣는데
가늘지만 섬세하고 투명한 소리들이 가슴을 깊이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MC stylus가 재현하는 음은 MM stylus의 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고맙게도 내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셔서 녀석을 당장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계획에 없던 MC용 phono preamp까지 곁들여서.
한 달 동안 너무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쪽 채널에서 소리가 나질 않는 겁니다.
기기를 만지는데는 잼병이다보니 속수무책, 녀석은 한동안 오디오랙 상단을 차지한 가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빈티지 오디오를 수리점에 보낸다는 건 만만치 않은 돈질.
생각 끝에 업체에 문제 증상을 자세히 적어 이메일을 보내보았지만
며칠만에 돌아온 답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또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녀석 생각만 하면 급우울 모드. ^^
그러다 해볼 수 있는 건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소매를 걷어부쳤습니다.
작은 스크루 드라이버를 사용 카트리지에서 바늘을 분리한 후
톤암과 스타일러스를 연결하는 선들을 다 분리해냈습니다.
선들이 서로 엉켜있는 것같아 선들을 서로 떨어뜨려 잘 정리한 후에
다시 네 개의 선끝을 칼라별로 맞춰 연결했습니다.
노안이라 흐릿한 눈을 부릅뜨고 안간힘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런 후 다시 카트리지와 스타일러스를 나사로 붙여주었습니다.
전 과정에 사용한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파워와 프리 앰프에 전원을 넣고
진공관이 닳아오를 때까지 10여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녀석의 모터를 돌리고 LP 위에 바늘을 가져다 살포시 내렸습니다.
와 양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수리하는 과정에서 Marantz 7t의 포노단이 MC stylus의 소리도 잘낸다는 사실도 덤으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기 포비아가 일을 낸 겁니다. ^^
속을 끓인 녀석의 이름은 Mitchell Synch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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