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새 친구를 맞다

채우미 2023. 5. 20. 00:49

 

제대로 된 아이들러 타입의 턴테이블을 만나고 싶었다.

 

지금 있는 가라드는 웬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러 모델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 때문.

크진 않지만, 그래도 음악 감상이 워낙 예민한 취미라.

 

그런데 크레그리스트에서 Duel 1019 모델을 발견한 거다.

가격도 착하고 집에서 거리도 가깝고

가장 마음에 든 건 이 녀석에 대한 주인장의 아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었다.

 

1019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으려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평가가 좋다. 

탱크, 독일 모델이라 메카니즘이 아주 정교하다, 소음이 없고 정숙하다, 턴의 속도가 정확하다 등등등

결국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5일이나 연락이 없었다.

팔렸다 보다 생각했다.

 

5일 후 연락이 왔다. 

그동안 다이렉트 턴을 보고 있었는데...그 모델도 마음에 들어하던 터라

갈등이 생겼다.

이번에 다이렉트 턴을 들여서, 벨트, 아이들러 이렇게 3종 세트를 완성해볼까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고민하던 중 잘 만들어진 아이들러 턴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주인장과 약속을 하고 가보니 

동네가 참 조용했다.

뜰들이 아주 널찍널찍한 중상층 생활자들이 모인 동네같았다.

주인장은 아주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을 한 중년의 백인이었다. 이름은 Ed.

 

그라지에 1019를 세팅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는 더 좋은 시스템이 있는데, 그 소리를 들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은 이제 streaming으로 음악을 듣는데 익숙해져서 턴은 잘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 내가 시대에 뒤쳐진 노땅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빈티지의 로망을 잊은 주인장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

 

Technics 인티 앰프와 Boss 스피커에 연결해서 재즈 음악을 들려주는데...한 번에 반하고 말았다.

소음은 전혀 없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내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터질 것처럼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얼른 값을 치르고 

턴을 들어 옮기는데...아주 무겁다. 

집의 가라드보다 작아보여서 가벼울 것으로 생각했는데...그야말로 탱크다.

 

그런데 집으로 옮겨 서재에 세팅을 하고 

헨델의 메시아를 올려두고 듣는데...아뿔싸! 

정말 가슴이 흡족한 소리를 내어주긴 하는데...

 

 

이후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