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신비한 나눔의 힘

채우미 2014. 5. 16. 23:47


추수감사절 전날 L 성도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성도님의 안내로 리빙 룸 소파에 앉는데 화분 하나에 눈길이 갔습니다. 눈에 익었습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보던 제비꽃을 닮긴 했는데, 꽃잎이 더 크고 빛깔도 훨씬 더 짙은 자주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한국 들판에서 보던 제비꽃의 맵씨를 여성스러움으로 표현한다면, 그 꽃은 남성미를 물씬 풍겨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성도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 아닌가요?” 맞다는 대답을 듣곤 어찌나 반갑던지…. 꽃 하나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구요?

수 개월 전 책을 통해 접한 감동적인 이야기에 이 꽃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꽃일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인터넷 검색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담아놓은 이미지 때문에 그 꽃에 눈길이 갔던 모양입니다. 비록 이야기 속의 조연이긴 하지만 이 예상치 못한 만남 때문에 무척 기뻤던 겁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밀워키에 사는 독신 여성이 있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세상을 당당하고 활발하게 살아가던 여성이었습니다. 출석하는 교회에 대한 헌신도 남달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생겨 휠체어를 의지하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찾아 온 우울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조카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크리스천 심리학자에릭에게 이모가 겪고 있는 문제를 설명하고 방문을 부탁했습니다.

약속된 날짜에 방문한 에릭은 먼저 집안을 한 번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햇살 좋은 이른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전체가 어두컴컴했습니다. 창문마다 쳐놓은 두터운 커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방 하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그 방은 아프리칸 바이올렛으로 가득했습니다. 커튼도 없는 방에는 햇살이 넘실거렸고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의 화사함까지 어우러져 황홀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칸 바이올렛을 가꾸는 일이 제 유일한 취미예요.” 집안을 소개하던 내내 표정없던 그녀의 음성에서 잠간이지만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에릭은 딱 세 마디를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닙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가꾼 저 바이올렛을 주변의 이웃들에게 선물하세요. 그러면 당신의 우울증은 저절로 치유될 겁니다.

그녀는 그날 이후 이웃들에게 부지런히 꽃을 실어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이웃에게, 생일을 맞은 이웃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긴 이웃에게…. 우울증은 어느새 달아나버렸고, 오래전에 잃어버려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같던 활력과 웃음이 돌아왔습니다.

수 년 후 그녀가 하나님을 만나러 떠난 날, 지방 신문에 이런 제목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밀워키의 아프리칸 바이올렛 여왕이 떠나다. 수천에 이르는 조문객의 방문속에서”

나눔 안에 담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입증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파리를 따서 물에 넣어놓으면 뿌리가 납니다. 또 한 그루의 꽃이 생겨나는 거죠.” 하는 L 성도님의 설명과 함께 화분 하나를 분양받아 오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잘 키워 나눔의 기쁨을 누려볼까?

꽃과 아내가 동시에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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