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상 한켠에는 평범하지 않은 모양의 메모지 집게가 있습니다.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제법 무게가 나가는 밑동은 지구본 모양이고 그 중간부분에 심겨진 중지 길이의 가녀린 금속 막대는 그 끝부분이 하늘로 향한 집게로 되어있습니다. 이 집게 부분에 메모지를 물려두는 거죠. 지구본에 새겨진 ‘imb(International Mission Board)’라는 문구가 교단 선교위원회에서 만든 알림용 선물임을 또렷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 이 집게에 목회자 편지에 사용할 소재들을 모아둡니다. 은혜롭고 교훈이 되는 소재들을 읽거나 듣거나 볼 때마다 메모지에 핵심 단어를 몇 자 적어 집게에 집어두는 겁니다. 요란스레 둔필승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요즘은 뭘 자꾸 잊어버리는 통에 이 메모지 집게가 큰 도움이됩니다. 들여다보니 오늘은 메모지가 달랑 한 장 물려있네요. ‘민희’와 ‘거짓없는 삶’이라는 두 문구만 담긴. 추리하듯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약 두 달 전에 있었던 작은 사건이 금방 떠올랐습니다.
클리블랜드의 큰딸이 잠간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집에 늘 있는 가족들이야 보는 것이 일도 아니었지만 다운타운의 둘째(민희)는 직장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에 미리 통보하지 않고 빠질 수 있는 방법은 병가를 신청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내를 통해 들어보니 언니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결국 거짓 병가를 내기로 한 모양입니다.
약속된 날 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큰딸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중 민희가 이렇게 말하는거예요. ‘언니, 내가 불편해서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야겠어.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말하고 쉬는 건 옳은 일이 아니잖아.’ 그러더니 스마트폰을 사용해서이 메일을 적어 회사로 보내더라구요. ‘거짓말한 것 미안합니다. 회사에서 어떤 벌칙을 주더라도 다 받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요.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 회사에서 답이 왔는데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갑작스레 사정이 생기면 회사에서 정해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병가를 사용하곤 하는데…이렇게 정직하게 말해줘서 오히려 고맙네요. 당신의 이메일을 받고 솔직히 많이 감동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언니와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엄마 아빠, 민희가 대견하지 않아요?”
이 사건이 마음에 적잖은 울림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메모지 집게에 남겨둔 걸 보니.
엘리사의 시종 게하시는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엘리사의 도움으로 문둥병에서 자유롭게 된 나아만 장군이 주는 선물을 왜 거절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게하시는 주인 몰래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나아만 일행을 쫓아갔습니다. 그리곤 “우리 주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주인의 이름을 거짓으로 팔아 은 두 달란트와 옷 두 벌을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게하시는 선지자 엘리사의 눈을 속일 순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거짓된 행동 때문에 문둥병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기준으로 애교 섞인 거짓, 이유 있는 거짓, 부담 없는 거짓 등을 정해 멀쩡히 말하고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합니다. 거짓 금지는 아홉번 째 계명이며, 계시록은 거짓말하는 자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포하고 있음을'예수커리커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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