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어머니...

채우미 2014. 5. 19. 21:54


금요일 오후 밖에서 우편함 뚜껑을 열었다 닿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막내가 도착한 모양입니다. 집으로 들어선 막내의 손에 작은 소포가 들려 있었습니다. 보내는 사람이 무슨 garden으로 되어있고 받는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소포를 지켜보던 저와 둘 째 그리고 막내는 금새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아, Mothers day!” 클리블랜드에서 공부하는 첫 째가 엄마에게 보낸 선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깨우침을 준 소포는 거실 커피 테이블 위에서 ‘엄마의 손’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둘 째와 막내가 서둘러 집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빠, 우리 엄마 선물 사올께.” 한 마디 남겨 놓곤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녀석들이 나간 후 설교 준비하던 손을 멈추고 한동안 어머님에 대한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정말 모처럼만의 일이었습니다.


어머님께 아들은 늘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신학 공부을 시작한 후에도 일년에 두 차례 정도는 한국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렌즈를 수입하는 한 회사의 비지니스 미팅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회사는 제가 졸업할 때까지 학비 전부를 책임져 준 ‘엘리야의 까마귀’였습니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인 한국 방문 일정은 늘 분주했습니다. 회사의 미팅이 끝나면 곧바로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늦은 시간에야 파했습니다. 성남에 위치한 부모님댁에 부지런히 도착해도 항상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잠을 깨울까봐 고양이 걸음을 해보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아무리 늦은 시각이어도 영낙없이 안방에서 어머님의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제 들어오니. 피곤하겠구나. 쉬거라.” 다음 날 아침, “어머님,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요. 벌써 40을 훌쩍 넘긴 아들인데 뭘 걱정하세요. 그냥 편히 주무세요. 그래야 저도 마음이 편해요.” 하고 말씀드려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어머님은 귀가한 아들의 인기척을 들으신 후에야 잠자리에 드실 수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야 그 기다림이 어머님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후 소일 거리를 위해 장만하신 양평 텃밭에서 겪은 일도 자주 생각납니다. 한 번은 가을걷이에 맞춰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정성을 쏟으셨는지 밭에 심겨진 고추와 콩과 옥수수가 실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옥수수를 따는 날이었습니다. 큼지막한 자루에 옥수수를 잔뜩 담아 컨테이너로 만든 집앞 마당까지 운반하는 것이 그날의 미션이었습니다. 옥수수 자루가 제법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담는 것은 어머님의 몫, 운반은 아버님과 제 차지였습니다. 서 너 자루를 옮긴 후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광은 한폭의 동양화였습니다. 그 고요한 산수화를 마침 학 한 마리가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한참동안 넋놓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퍼뜩 하던 일이 생각나 돌아보니 저쪽에서 어머님이 오고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머리에는 어머님만큼이나 커보이는 옥수수 자루가 얹혀있었습니다. 걸음을 옮겨놓으실때마다 당신의 가녀린 목이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빨리 달려가 짐을 받아들었습니다. 억지로 짐을 넘겨주신 어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안 무거워. 내가 나르는 동안 좀 더 쉬어.” 당신 보다 훨씬 힘쎈 아들을 걱정하시는 것이 어머님의 사랑이심을 그때 알았습니다


미국에 있다는 핑계를 들어 효도를 슬쩍 뒤로 미루어둔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마음으로 외쳐봅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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