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뭉클한 이야기 55

채우미 2025. 5. 8. 06:16

 

 

500여년 아시아에서 가장 기독교가 왕성했던 나라는 어디였을까요?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일본입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1549 예수회 소속 선교사 프란시스 사비에르가 최초의 선교사로 일본에 건너와 복음을 전한 , 교회는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00 정도가 지난 성도 수가 30만명으로 성장했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입니다.

 

이렇게 교회의 세력이 급성장하자, 막부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통해 침투해올 수도 있는 서방 세계의 영향력을 걱정한 겁니다. 결국 1641 막부는 선교사들을 추방했고, 교회의 성도들을 강제로 개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교인들은 순교를 당해야 했습니다. 교회에 대한 박해가 시작된 겁니다. 도꾸가와 박해에 저항하는 성도들이 모여 시미바라라는 항쟁을 일으켰지만, 12만에 달하는 막부의 군사력에 의해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그후 성도들은 박해를 피해 외진 지역으로 숨어서 신앙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집안 보이는 곳에는 불교 사당을 만들어놓고, 뒤편에 기독교 성화와 십자가상, 그리고 선교사로부터 받은 라틴어 쪽복음을 두고 숨어서 예배를 드리는 식으로 신앙을 유지했던 겁니다. 종교의 자유가 선포될 때까지 240여년의 시간을 그렇게 숨어서 신앙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일본이 개방된 일본을 찾은 유럽인들은 곳곳에서 기이한 형태의 종교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보면 가쿠레 기리스탄 hidden Christian/은닉한 기독교라 해서 교회 같기는 한데, 실제 행해지는 종교 의식은 불교를 많이 닮아 있는 혼합 종교의 모습을 띄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십자가에 가부좌를 부처를 달아 놓고, 성모 마리아 상이라고 하는데 관음상을 세워놓고, 라틴어 비슷한 기도문을 뜻도 모른체 주술처럼 읇는 겁니다. 바로 막부의 박해 때문에 외진 곳으로 숨어들었던 교회였습니다. 240년을 그렇게 다른 종교 밑에서 숨어지는 동안 믿음의 본질과 형태가 완전히 변질되고 말았던 겁니다.

 

1981 일본을 방문한 교황 바오로 2세는 가쿠레 기리스탄의 지도자들을 만나 가톨릭 교회로 다시 입회할 것을 권했지만, 그들은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교황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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