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동네에서 그라지 세일을 한다는 표지판을 발견했습니다. 아내와 잠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들른 집에서 오래 전 미술책에서 보았던 화가의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피터 브뤼겔. 네덜란드 출신으로 땅에서 소박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을 깊이 관조하고 그 결과를 화폭에 담아낸 유명한 작가 입니다. 그래서 ‘농민 화가’라고 불리운 작가 입니다. 그가 그린 ‘농가의 결혼식’과 ‘농민들의 춤’이 그라지 벽에 걸려 있었던 겁니다.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몇 번 보았을 뿐인데, 원색과 밝은 색체 그리고 동화적 단순함 때문에 기억층에 각인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매끈한 플라스틱 면에 프린트 처리한 가짜였지만 마음이 끌렸습니다. 조심스럽게 값을 물어보았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주인도 “두 점을 묶어서 5불이면 어떨까요?”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곧바로 값을 치른 후 그림틀 때문에 제법 묵직한 작품(?)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이 가장 잘 어울릴 공간을 찾기 위해 서재를 둘러보았습니다. 서재로 들어오는 입구 왼쪽 벽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개의 그림을 위 아래로 나란히 걸어두어야 해서 줄자를 이용해 정확한 자리를 표시한 후 못을 박았습니다. 두 걸음쯤 떨어져 바라보니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못으로 생각이 옮겨 갔습니다.
손에 들린 못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못을 쥔 손가락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그 못에 그림을 걸어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못이 벽에 깊이 박히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을 걸어두어도 넉넉히 버텨냅니다. 벽과 일체가 된 못은 벽이 가진 힘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겁니다.
모세는 80 고령의 노인이었습니다. 왕자로 살던 애굽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도망자가 되어 미디안 땅에 숨어살던 꿈 없는 노인이었습니다. 장인의 양들을 기르며 그럭저럭 살다가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하게 될 평범한 노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타는 떨기나무를 사이에 두고 하나님을 만난 후 모세의 삶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200만이 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끄는 강한 지도자가 된 겁니다. 그가 지팡이를 들면 애굽 땅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기이한 재앙들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지팡이를 내어뻗었을 때 홍해가 양쪽으로 갈라져 그 바닥을 보였습니다. 또한 바위가 200만 백성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물을 뿜어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노인을 이같은 능력의 지도자로 바꾸어놓으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자신을 지도자로 택해 세우신 하나님을 믿고 붙잡았을 때, 하나님의 권능이 모세를 통해 분출되었던 겁니다.
베드로는 갈릴리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어부였습니다. 어릴 적 회당에서 구약 성경을 통해 글을 깨우친 것이 지식의 전부인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성령 하나님으로 충만해진 후 베드로의 삶은 180도 달라집니다. 베드로가 복음을 선포하면 수천명씩 회개하고 예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기도하면 죽은 자도 살아났습니다. 유대 지도자들이 아무리 핍박해도 굽히지 않고 예수님을 전할 정도로 담대한 주님의 일군이 되었습니다. 베드로 안에 주인으로 계신 예수님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은 정말 연약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이라는 벽에 못처럼 박힌 삶이 될 때, 그때 우리는 모세와 베드로처럼 하나님의 권능이 임한 특별한 삶, 변화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 진리를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