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에서 온 반가운 손님들과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 앉자마자 오래전 일들을 기억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0여년만에 이뤄진 만남은 그렇게 추억이 대화의 중심에 자리했습니다.
교회 가기로 마음 먹고 처음 발을 디딘 곳이 구파발 교회. 작은 어머님으로부터 청년부 모임 소개를 받고 3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긴 언덕을 올라 별관 건물의 미닫이 문을 열던 때가 생각납니다. 1981년의 일이니 선배로 친구로 만난 게 벌써 35년전 일이네요. 그후 군대 가기 전까지 함께 신앙 생활했으니 죽마고우나 다름 없는 인연입니다. 그 선배와 그 친구가 이젠 부부가 되었으니 두 사람의 인연은 더 특별하구요. 그때 함께 청년회를 이끌던 주축 멤버들 중 대부분이 교회를 떠났지만 두 사람은 그 교회를 끝까지 섬겼고, 지금은 장로와 권사가 되었으니 그 교회와의 인연도 특별합니다. 선교 담당 장로로 카페 운영 권사로 여전히 헌신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추억 나누기에서 첫번째로 등장한 인물은 당시 청년부 담당이셨던 P 전도사님입니다. 제게도 참 고마운 분이십니다. 신앙에 대해 무지했던 절 차근차근 잘 인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님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전도사님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그 사랑을 청년 모두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때 경험한 주님의 은혜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사역하던 전도사님의 삶은 청년들의 신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말씀을 전하실 때마다 주님 사랑에 감격해서 눈물 흘리시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선배 장로님의 기억입니다. 지금은 건강해지셨다는 말을 듣고 기뻤습니다.
다음 소재는 함께 해낸 청년회 사역들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기억해낸 일은 어느 크리스마스 때 공연한 성극이었습니다. “카타콤의 순교자,” 제목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맡은 역할도 생각났습니다. 로마 황제. 성극 준비로 약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저녁 교회 별관에 모였던 그 시간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왔을 줄 알고 별관 문을 열었다가 대원 대부분이 이미 도착해 대사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던 순간, 반복해서 준비하다 지쳐갈만하면 누군가 애드리브로 폭소를 유발하던 장면, 연습이 끝나면 꼭 들르던 시장통 떡볶이 가게…. 다음은 청년들로 이루어진 샬롬 찬양팀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동네 병원을 방문해서 찬양하며 병자들과 식구들을 전도하던 순간들도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등장한 추억은 지리산 자락에 있던 농촌 교회 방문이었습니다. 여름성경학교를 준비해 그 지역에 있는 어린 아이들을 다 모아 뜨겁게 복음을 전했던 기억을 나누는데 마치 엊그제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신나게 옛추억을 나누다가 요즘 청년 세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교회 안에서 청년 세대들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공감하며 걱정했습니다. 장로님이 말했습니다. “그때 우리 교회는 청년부 때문에 부흥했어요. 교회 각 부서에 청년들이 들어가 얼마나 뜨겁게 섬겼는지 몰라요. 성가대는 약80%가 청년들이었어요.” 순수의 시대, 청년기에 열정적으로 교회를 섬겼던 우리들은 떨어져있던 30년의 시간이 무색하도록 마치 그때로 되돌아간 사람들처럼 바라보고 먹고 웃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