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5장에 기록된 사건, 바울과 바나바가 심히 다투고 갈라서는 장면은 우리들에게 매우 충격적입니다. 두 사람은 10년이 넘게 바늘과 실처럼 동역해온 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큰 갈등 속에서도 두 사람이 각자 팀을 꾸려서 선교를 나갔다는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더 크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일을 멈추고 하나님께 맡겼기 때문입니다.
바울과 바나바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10여년을 동행한 사이라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줄 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생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서로를 향한 감정이 날카로워져 심히 다투게 된 겁니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는 걸 깨달은 바울과 바나바는 다툼을 그쯤에서 멈추고, 각자의 길을 갑니다. 그렇다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꽉 닫아 걸고, 관계를 끊어버린 건 아니었습니다. 그건 이 사건 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다음 쓴 편지에서 바울이 바나바와 마가를 언급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시끄럽게 서로를 비방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멈춰 서서, 이 문제를 하나님께 맡긴 겁니다. 두 사람이 이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고 격론을 스톱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 복음 전파의 소명을 끝까지 잘 감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교 사역은 하나님께서 두 사람을 특별히 구별해서 주신 아주 소중한 사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묶여 감정을 소모하고 있으면, 복음을 들고 선교지에 갈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무엇이 더 크고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인지를 잘 아는 두 사람은 격론을 멈추고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고 선교지로 떠난 겁니다.
두번째 이유는 안디옥 교회를 위해서였습니다. 교회의 성장을 위해 처음부터 헌신한 리더 두 사람이 끝까지 싸우면, 교회가 바울 편, 바나바 편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두 사람의 지혜로운 행동 때문에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습니다. 말씀이 이를 증거합니다. 바울이 선교를 떠날 때, 하나님의 은혜에 선교팀을 부탁하는 교회 형제들의 전송을 받았습니다. 바울을 지지하는 형제들이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교회 전체가 선교팀을 위해 기도한 겁니다. 바울이 떠날 때 교회가 기도했다면, 바나바가 떠날 때도 그랬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추어 서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하나님께 맡긴 두 사람의 지혜로운 행동 때문에 안디옥 교회는 계속 하나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는 단체와 교회들이 쪼개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멤버들이 자기 주장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강요하고 심지어 싸움도 불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장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그런데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않는 건 잘못입니다. 끝까지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행동은, 교만하거나 또는 자기 절제를 못해서 하나님을 잊어버렸거나, 또는 하나님께 문제를 맡길 수 있는 믿음이 부족할 때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순간 하나님 나라의 분열을 노리는 사단에게 이런 행동은 아주 좋은 도구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바울과 바나바가 보여준 멈춤과 맡김의 지혜가 중요합니다. 긴장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멈추어 서서, 문제의 해결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는 지혜로운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들, 특별히 공동체의 하나됨을 지킬 수 있습니다.
구정물을 버리다가, 목욕통에 들어있는 아기까지 버려선 안 됩니다(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 water).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예수커리커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두란노 식구들 (0) | 2023.03.25 |
---|---|
하나님의 채우미 (0) | 2023.02.13 |
서로 존중하라, 믿음의 닻을 내리라 (0) | 2023.02.03 |
낙심하지 않고 충성하는 증인 (0) | 2023.01.26 |
하나님께 사랑받는 자로 자라기 (0) | 2023.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