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마치고 치놀라라는 과일을 먹었습니다. 비타민이 풍부해서 피로 회복에 좋다고 권해주시는데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이었습니다. 머리 부분을 잘라내고 수저를 사용해서 속의 내용물을 긁어 먹는데 신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과일입니다. 전날 저녁 처음 먹을 땐 강한 신맛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아침에는 훨씬 익숙해졌습니다.
집을 나서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남침례교단 신학교였습니다. 선교사님 아파트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가는 도중 눈에 들어온 거리 풍경이 이채로왔습니다. 먼저 낡은 택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같이 20년 이상은 족히 탄 것으로 보이는 차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택시들이 법으로 인정한 승차 인원인 6명을 다 채우고 달리는데…그야말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풍경. 차들이 신호등 앞에서 멈추면 두 종류의 사람들이 차 사이를 다니며 부지런히 영업 행위를 했습니다. 자동차용 와이퍼, 꽃, 과일 등의 물건들을 들어 보이며 장사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한 부류였고, 또 다른 부류는 차 주인의 동의 없이 세척제를 뿌리고 앞유리창을 닦고는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차가 설 때면 예외없이 등장했습니다. 물건 파는 사람들이야 사양하거나 외면을 하면 그만인데, 차창을 닦는 사람들은 뿌리치기가 참 곤란하더군요. 그날 하루 동안에만 선교사님은 3번이나 돈을 치러야 했습니다. 약 두 달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거절하는데도 차유리를 닦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을 주인이 총으로 쏴 죽인 겁니다. 이 슬픈 이야기를 듣고 또 도로의 풍경을 보는 동안 이 나라는 빈자들이 생존하기 참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실망이 컸습니다. 선교 나오기 전 지금 방문할 교단 신학교로부터 강의 부탁을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차일피일 미루는 거예요. 사정을 알고 보니 강의 시간이 유일한 수입원인데 기존의 교수들이 그 수입원을 놓치고 싶질 않았던 겁니다. 결국 정규 강의 자리를 포기하고 기도하며 다시 하나님의 뜻을 묻기 시작했어요. 그때 하나님께서 경제적 형편 때문에 신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교회 리더들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목회자 평생 교육’ 입니다. 매달 한 번씩 강의를 열고 2년을 꾸준히 출석하면 수료증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 이지요. 리더들이 얼마나 가난한 지를 알기 때문에 수업료는 일체 무료로 진행합니다. 강의실을 빌리는 비용, 모여온 리더들의 점심 식사 비용, 심지어 멀리서 오는 리더들의 차비까지 우리가 도맡아 지출하고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 비용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하나님의 뜻이라면 주님께서 책임져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믿음대로 하나님께서 그분의 방법으로 채워주셨고 지금까지 3 번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4 번 째 과정에 들어갈 비용도 두란노 성도님의 헌금으로 이미 마련되었으니…. 부족한 종은 그저 하나님께 쓰임받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형편과 환경에 묶이지 않는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감당해나갈 때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품을 체험할 수 있음을 입증해주는 감동적인 간증이었습니다.
교단 신학교는 3층 건물이었습니다. 사무실과 자료실이 있는 1층을 지나 2층에 올라가니 ‘목회자 평생 교육’을 위해 렌트하고 있는 강의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약 40여명의 리더들이 눈을 반짝이며 강의 내용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들을 사용하셔서 이 땅을 복음화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웅대한 계획이 가슴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단기 선교팀을 위한 숙소가 있는 3층을 둘러본 후 기독교 국립 대학으로 향했습니다.'예수커리커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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