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뭉클한 이야기 279

채우미 2026. 1. 8. 00:03

 

 

2012년 터키 성지 순례 때 데린구유라는 곳을 방문했는데, 전 여기서 교회 사역에서 침례가 얼마나 중요한 예식인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깊은 우물이란 뜻의 데린구유는 거대한 지하 도시 입니다. 1963년 한 농부가 도망가는 닭을 쫓아갔다가 발견했는데, 지금은 터키 성지 순례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기독교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6세기에서 7세기 경, 이슬람 국가가 동로마제국을 침략할 때, 기독교인들이 만든 피신처라고 합니다

 

데린구유는 마치 개미굴처럼 복잡합니다. 자세히 세어보면 11층 구조로 되어 있고, 한 번에 피할 수 있는 인원이 10,000명이나 된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이 지하 동굴은 가장 밑층까지 통풍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통풍구를 통해 11층까지 신선한 공기가 전해져서, 피신한 사람들이 장기간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보면 그냥 자연스런 지형물처럼 보여 그냥 지나치도록 위장해두었습니다. 1963년이 되어서야 발견된 이유이기도 합니다데린구유는 한 사람만 간신히 통과하게끔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민들이 다 들어오면 돌을 밀어 닫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외부인은 결코 들어올 수 없게 되는 거지요. 가장 밑층에는 예배 장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곳은 다른 층과는 달리 십자가형 구조로 만들어서 예수님을 향한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지 순례에 동참한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모두 예배당 벽에 손을 대고 기도드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하나님의 임재를 아주 강하게 체험한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침례탕도 있습니다. 탕에 물을 대는 작은 수로도 설치해 두었습니다. 침례탕은 집례자와 침례받는 사람이 들어가 침례식을 행하기에 딱 맞는 구조와 크기로 되어있습니다.

 

데린구유에서 제가 가장 은혜를 받았던 장소는 예배 장소와 침례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침례탕을 통해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길게는 수개월까지도 이 지하 도시에 피해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 기독교인들은 예배만 드린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제자화하는 일도 쉬지 않았던 겁니다. 함께 피신한 사람들 중 아직 예수님을 제대로 영접하지 못한 자들이 있을 경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삶을 통해 말씀을 가르쳐 주님의 제자로 양육한 후 침례를 베풀어 하나님의 식구로 받아들이는 거룩한 사역을 중단없이 감당한 겁니다. 누군가를 피해 지하로까지 숨는다는 건 아주 특별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초대 교회는 그 특수한 상황에서도 구원 사역을 변함없이 철저히 감당한 겁니다. 지하 도시에도 만들어놓은 침례탕이 이런 초대 교회의 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동시에 초대 교회가 한 사람을 교회의 식구로 맞아들이는 침례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도 알 수 있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지경은 확장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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