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3 일째 되는 날엔 밧데이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밧데이란 사탕수수 농장을 말합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전역에 약 400여개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력은 90% 이상이 도미니카에 불법으로 거주하는 아이티 인들이라고 합니다. 밧데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UN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세계 10대 인권 문제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선교사들을 포함한 한인들 대부분은 이 밧데이 지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도미니카에선 돈을 목적으로 자행되는 유괴 사건이 적잖게 발생하는데, 범인들이 유괴 살인 후 밧데이를 사체 유기 장소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인 보다 큰 키의 사탕수수가 끝없이 펼쳐지는 밧데이 한 가운데 시체를 버리고나면 찾을 길이 없다는 겁니다. 작년엔 한 선교사님이 납치되었다가 밧데이 지역에서 3일만에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도미니카에선 ‘유괴=살인’이 공식처럼 되어 있는데 그 선교사님은 천만다행으로 살아돌아와 모두가 하나님께 감사드렸다고 합니다.
최 선교사님 부부는 남들이 꺼려하는 밧데이 지역을 대상으로 교회를 세워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밧데이를 방문할 땐 선교사님 부부도 두려운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을 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첫 날부터 ‘이곳이야말로 복음이 필요한 곳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먼저 그들이 겪고 있는 눈물겨운 가난이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 복음을 접하지 못하고 부두교라는 사교에 빠져 지내는 영적 황폐함이 가슴에 담겨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교사님 부부에게 밧데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며 기쁨을 맛보고 있던 사모님에게 목사님의 선교 소명 선포는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20년쯤 전 필립핀 선교 때 경험했던 어려움들- 지진으로 가족이 4일동안 헤어졌던 일, 큰 아들이 폐결핵 때문에 죽을 뻔했던 일 등-이 다시 악몽처럼 되살아나 사모님을 괴롭혔고,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남편의 선교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도미니카에 나와서도 몇 개월 동안은 짐도 풀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밧데이에 와서 아이티 아이들이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교육도 못 받고 예수님도 모르는 채 지내는 모
밧데이로 가는 도중 두 아이티 청년 리더들을 만나 동행했습니다. 마니갓은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에서 리더들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마니갓의 밧데이 행 목적은 복음 전파가 필요한 곳에 지도자를 택해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루시오는 밧데이서 살다가 주님을 만나 지도자가 된 청년이었습니다. 그래서 밧데이 복음화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방문하려고 하는 밧데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걸어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동행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밧데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선교사님은 이렇게 아이티 리더들과 동행한다고 합니다. 자기 민족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 또한 영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줌으로 그들 마음 속에 전도의 열정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선교사님의 목적이었습니다. 참 좋은 계획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밧데이 지역 복음화가 활발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키보다 큰 사탕수수들이 바람에 넘실거리는 밧데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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