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30 여년 만에 조우하다

채우미 2014. 6. 10. 23:13


어제 늦은 오후 Thrift Shop에서 장당 1-2씩불 주고 사온 LP 판들을 잘 닦아 공기가 잘 통하는 음지에 세워두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려놓은 LP 세척 방법 중 나름 가장 간단한 것을 택했습니다. 묶은 때를 벗겨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6 장 닦았을 뿐인데 팔이 얼얼했습니다. 잠시 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기다리던 L 집사님.


집사님 손에 기다리던 녀석(사진)이 들려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잘 생긴 녀석이었습니다. 브랜드는 Zenith. 옛날 다니던 회사가 Merge를 해서 한 때 경영 정상화팀에 끼어 근무하기도 했던 그 회사 브랜드...턴테이블 이름으론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그래도 반가왔습니다. 실제 제조 국가가 일본으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일본의 한 회사가 OEM(주문자의 상표를 붙여 생산하는 방식) 방식으로 Zenith에 공급한 모델인 것 같습니다.


동작 방식이 아주 간단했습니다. 스피드 맞추는 스위치, 바늘 올리고 내리는 스위치, 진행 중간에 정지할 수 있는 스위치의 작동법만 익히면 그만이었습니다. 턴테이블 초보자에 딱 맞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닦은 LP들을 한 장씩 걸어보았습니다. 그야말로 30 년만에 들어보는 LP 음이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CD 음은 너무 명징해서 차갑고 투명하게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소리라면, LP 음은 안개비처럼 몸과 마음 전체를 서서히 젖게 만드는 소리였습니다. CD는 현재를 담고 있는 소리라면, LP는 추억을 담고 있는 소리였습니다. 


오늘 아침엔 말씀을 묵상하며 루돌프 서킨이 연주한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있습니다. 

그냥 좋다고밖엔 달리 표현하기 힘들군요.


P.S. L 집사님, 추억 여행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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