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뭉클한 이야기 235

채우미 2025. 11. 23. 23:44

 

 

구겐하임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라모트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수필 형식으로 묶은 “Travelling Mercies” ( 짧은 영어실력으로 번역해보니 긍휼의 여정정도가 같습니다.)라는 책에서 자신이 언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무신론자로 자녀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우고 술도 따라주는 아빠, 엄격한 페미니스트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집중하는 통에 자녀와 가정은 나몰라라 하는 엄마, 결국엔 이혼하고만 그런 부모 밑에서 앤은 성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broken family에서 자라난 겁니다. 불우한 환경 탓인지 앤의 인생은 일찍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10대에 벌써 술과 마약에 중독되고, 20대에 작가로 등단하지만 중독에 돈을 퍼붓느라 늘 무일푼의 가난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는 중 매력적인 유부남과 가망없는 열애를 하고 그렇게해서 생긴 아이를 낙태하는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더 지독한 알콜과 마약 중독에 빠져들어가는 그야말로 가장 밑바닥의 인생을 소망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독하게 불행한 여자였습니다.

 

그러던 중 샘을 낳고 미혼모가 된 앤은 그때서야 바닥인생을 벗어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아들 샘에게는 나의 불행을 물려주지 않을까 고민하던 앤은 집 근처에 있는 St. Andrew 교회를 찾아갑니다. 교회의 따스한 분위기는 좋았지만, 무신론자 아빠의 영향 탓인지, 그녀의 영혼은 예수님을 좀체로 영접하지 못하고 그분 곁만 빙빙 돌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앤은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교회엔 불청객 대접을 받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는 켄이라는 남자였습니다. 브랜든이라는 애인을 따라 교회를 나왔다가, 그 애인이 죽은 후에도 교회를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목사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불편해 했지만, 그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일이면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교회 성가대엔 라놀라라는이름의 African American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가장 노골적으로 켄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이해가 되는 것이 라놀라는 성장기 때 보수적인 남침례교회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한 경력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동성애자에 대한 정죄의식이 강했던 겁니다. 그래서 평소 켄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어쩌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아주 차갑게 대했습니다.

그래도 켄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주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어갔고 일년 쯤 되었을 때는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두 주 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두 주 후 다시 예배에 참석한 켄의 모습은 더 수척해 있었습니다.

 

예배는 시작되고 찬양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들 일어나 기쁘게 찬양하는데, 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무릎을 가볍게 흔들어 박자만 맞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설교가 끝나고 성도간 교제를 위해 다시 찬양을 부를 때도 켄은 그 자세 그대로 앉아 힘없이 고개를 푹 숙인체 있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불쌍한 남자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가질 않았습니다. 아마 에이즈 전염을 걱정한 때문입니다.

 

앤도 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찬양을 인도하는 라놀라 쪽만 바라보고 찬양했습니다. 그런데 라놀라가 켄 쪽을 바라보며 찬양하는데, 그녀의 얼굴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관심하고 딱딱하던 표정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행동이었습니다. 찬양대 석에서 성큼성큼 내려온 그녀는 켄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곤 그 종잇장 같이 가벼워 보이는 몸을 일으켜세워 자신의 큰 몸으로 지탱하며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찬송을 부르는 라놀라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고, 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라놀라의 눈물은 회개와 사랑의 눈물이었고, 켄의 눈물은 라놀라가 자신을 받아준 것처럼 이미 자신의 죄를 용서하시고 받아주신 주님을 향한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찬송하다가 둘은 서로 부등켜 안고 얼굴을 맞대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에이즈는 어느 새 사라지고, 주님의 사랑만이 그들을 묶고 있었습니다. 

 

이때 앤은 라놀라와 켄의 눈물을 통해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 감당하시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사랑 앞에 자신의 죄도 다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라놀라의 행동은 아직도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앤에게 예수님을 선전하는 광고판 역할을 했던 겁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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