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고난주간 묵상 둘 마가복음 15:20-22

채우미 2019. 4. 21. 12:28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비아 돌로로사의 전체 길이, 즉 법정에서 골고다 언덕까지가 약  600미터쯤 되는데, 이 장면이 이동 거리로 보면 가장 긴 거리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순례자들의 상상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장면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시던 중 주님께서 3번 쓰러지셨다고 상상했고, 도중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눈이 마주쳤다고 상상했으며, 또한 도중에 한 여인이 다가와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던 땀과 피를 닦아주었다고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단 두 가지 사건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 그 사건들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시몬은 구레네에서 유월절 절기를 지키러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습니다. 지금으로 하면, 구레네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 해당하는 지역이니 꽤 먼 곳에서 절기를 지키러 온 겁니다. 그리고 본문 표현에 따르면 그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고 무슨 일인가 하고 그 무리들 틈에 끼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주님께서 쓰러지고 말았던 것같습니다. 등 전체가 패일 정도로 채찍질을 당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린 주님께서 60kg, 130파운드에 달하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일은 무리였을 겁니다. 주님의 몸 상태를 알아 본 로마 병사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눈에 건장한 시몬이 눈에 띄었던 것같습니다. 로마 병사는 시몬을 불러 억지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시몬은 골고다까지 주님과 함께 올라가게 된 겁니다. 시몬에게는 참 뜻밖의 일이었고 그래서 귀찮은 일이었을 겁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내가 걸린거야 하며 불평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런데 이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을 통해 시몬의 삶과 그의 가정에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시몬의 이름은 마태 복음과 누가 복음에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마가 복음의 본문을 택한 이유가 바로 시몬의 가정에 일어난 그 일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입니다. 마가 복음은 시몬을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아주 특별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비라고 소개하고 있는 겁니다. 마가는 이 아들들의 이름을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아들들의 이름은 시몬의 가정에 일어난 놀라운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물론 이 열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열쇠는 로마서에 담겨 있습니다.

로마서 16장의 내용 대부분은 바울이 로마에 있는 교회 성도들에게 자신과 함께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일군들을 소개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중한 명단에 시몬의 아들 루포와 그 어머니가 등장하는 겁니다. 13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루포의 어머니를 자기 어머니라고 소개함으로, 바울에게는 루포의 가정이 동역자의 관계를 넘어 식구같은 사이임을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있는 겁니다. 시몬의 가정이 예수님을 믿는 가정, 게다가 바울과 함께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일군들이 된 겁니다. 

바울은 일군들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특징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이 복음을 전해서 얻은 열매, 주님께 인정받고 있는, 주님을 위해 수고하는…이렇게 특징을 간략하게 언급하며 소개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루포와 그의 어머니는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들이 택함 받은 과정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아주 특별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바울의 이 표현을 통해 우연처럼 보이는 오늘 본문의 사건이 시몬에게는 구원의 통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겁니다.  

시몬은 예수님과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그리고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전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색다르고 신비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사형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룩한 분위기, 십자가에 달려서도 자신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자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는 모습, 십자가에서 운명하셨을 때 일어난 신비한 사건들…이 모든 일들을 가슴에 담고 집에 돌아온 시몬은 자신이 겪은 그 신비하고 이해하기 힘든 경험들을 가족들과 나누었을 겁니다. 그리고 시몬의 그 경험들이 식구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