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새벽, 시간 그리고 주님
채우미
2015. 12. 29. 12:14
5년 전 쓴 시 한 편이 갑자기 떠올라 적어본다.
새벽, 시간 그리고 주님
새벽 문을 열고 나서니
지난 밤 거칠었던 바람을 피하려 모인 듯
문앞이 낙엽들로 가득합니다
갓 구워낸 과자처럼 바삭거리는 낙엽들
새벽의 고요함을 깨울까 가만히 밀어낸 문에도
검푸르스름한 바깥 세상으로 살짝 들이민 내 발에도
걸리고 부딛혀 마른 비명을 지르고
그 갑작스런 소리에
잠자던 새벽 공기가 잠시 꿈틀합니다
눈을 들어보니 투명한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시선을조금 낮추자
숱 없는 나무 가지들 사이를 채운
덩그런 공간이 눈 시리게 담겨옵니다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아니 막 꼭지 떨어질 감처럼 푹 익었습니다
시동을 걸고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잠간 고개숙여 기도합니다
일년의 시간을 열매로 가득 채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리고
막 가려고 하는 계절과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계절 속에서
추워할 영혼들을 그분의 손에 맡기며…
해가 갈수록
끝을 향해 전진해가는 시간의
속도감이 더 체감되고
주님의 손을 붙들고 있는 손에 더 힘이 들어갑니다
2010.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