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한 이야기 78
1618년 구교와 개신교 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30년 전쟁의 중심지였던 독일은 이 전쟁으로 황폐해져만 갔습니다. 거기다가 흑사병까지 겹쳐, 남아있는 사료들에 의하면, 1633년 독일의 사망률은 50명당 1명 꼴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오베람메르가우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한 집 걸러 1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할 정도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은 1633년 여름 어느 날 저녁 교회에 모여 기도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 목사님이 마을 주민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오늘 저녁 합심해서 기도하는 동안,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주님께 묻길 바랍니다.”
기도회가 끝난 후,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주님께 Passion Play, 수난극을 올려드리면 어떨까요?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날부터 부활하시던 순간까지를 극화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겁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잘 정리해놓은 대본들은 찾으면 많을 겁니다. 물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극 중 역할을 맡는 겁니다. 내년 성령 강림절에 드리기로 정하고 지금부터 준비하면 어떨까요? 수난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는 전 과정을 주님께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가득 채우는 겁니다.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실 거라고 전 믿습니다.” 마을 주민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자신들의 간절한 기도에 하나님께서 주신 응답이라고 믿은 겁니다.
다행히 음악과 대사가 잘 어우러진 좋은 대본을 구할 수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밭에서 일할 때도, 음식을 만들 때도, 물을 길을 때도, 장작을 패면서도 주민들은 부지런히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자기 파트를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연습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주민들 때문에 마을은 매일 매일 예수님 이야기로 넘쳐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연습을 시작한 후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페스트의 세력이 점점 약해져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물러가고 만 겁니다.
1634년 드디오 성령강림절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묘지에 설치한 무대를 향해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수난극 규모가 워낙 커서 교회 안에 무대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민들을 사망의 그늘에서 건져주셨다는 그 놀라운 의미를 반영하고 싶어서 다른 곳이 아닌 묘지에 무대를 설치한 겁니다. 자신들의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주민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이 지닌 에너지 전부를 쏟아 부었습니다. 무대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눈에선 은혜가 충만해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연을 끝낸 후, 주민들은 10년마다 한 번씩 이렇게 수난극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정합니다. 이 서원은 지금까지도 잘 지켜져서, 온 세계인들이 기다리는 신앙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하나님께선 오베람메르가르 주민들의 간절함을 담은 헌신을 재료로 삼아 그 마을을 페스트의 위기에서 건져주셨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