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소로우가 부럽지 않은 어느 오후
채우미
2014. 10. 7. 03:50
어느 한 오후 가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근처 공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차문을 열고 내리자 상큼한 공기가 폐로 가득 밀려듭니다.
잘 페이브된 주차장을 지나 잔디밭에 올라서니 대지의 맨 몸이 발에 느껴집니다.
숲쪽으로 난 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봅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가을이 숲을 점령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여름색과 가을색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지만 이미 승패는 정해진 풍경입니다.
셀폰의 사진 기능을 열어 기분좋은 숲의 풍광들을 몇 장 담아봅니다.
물론 1%도 제대로 담을 수 없음을 알지만...2014 가을을 기억하기 위해.
집에서 5분거리에 이런 숲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풍경 속 색채가 다양합니다.
인적이 만든 흙길이 인상적입니다. 산책은 둘이 해야하는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무 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옥색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하늘을 도화지 삼아 나무 가지들을 재료 삼아 그려본 작품...물론 그분의 작품.
이름 모를 열매.
울창한 숲이 보기 좋아서...낙엽으로 수북해지면 저 속을 쳐들어 갈 겁니다.
군데군데 생명의 마침표들이...
가을...색.
아내의 뒷모습이 경쾌해보입니다. 가을을 만끽하고 있나 봅니다.
숲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가을 햇살.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부럽지 않은 어느 가을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