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산수이 튜너...고마움

채우미 2014. 9. 22. 23:52



두 주 전쯤 갑자기 지하실에서 잠자고 있는 튜너 생각이 났습니다.

제대로 된 오디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배님이 주신 산수이 TU-999라는 모델입니다.

선반에서 마음에 드는 CD를 선택해서 꺼내 플레이어에 넣거나

듣고 싶은 놈을 골라 소리를 담고 있는 바이닐을 꺼내 턴테이블에 얹고 먼지를 제거하고 바늘을 올려놓는

그런 수고 없이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장 지하실로 내려가 큰 덩치를 들고 올라와 마란츠 7T에 연결한 후 기대감으로 파워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입니까. 잔뜩 찌그러진 음들이 쏟아져나와 귀를 어지럽게 하는 겁니다.


곧바로 지하실로 퇴장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겁니다.

'내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어. 다시 확인해보자.'

이런 생각을 갖고 먼저 7T 뒷쪽을 차분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아까 연결했던 곳을 보니 아뿔싸, 그 단자는 TV와 연결하는 곳이었습니다.

Tuner와 TV를 헷갈렸던 겁니다.


다시 폭풍같이 지하실로 질주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놈을 들고 와서는 아예 녀석이 들어앉을 자리를 구상했습니다.

CD 플레이어를 맨 왼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튜너를 놓고 그 위에 프리를 얹었습니다.

대신 맨 왼쪽에 있던 파워는 책꽂이 바로 밑단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땀에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자리 조정을 마친 후 이번엔 단자를 제대로 연결하고 안테나도 꽂고...

확신에 차서 파워를 올렸습니다.

아 듣기 좋은 아날로그 음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거나 글을 쓸 때 번거롭게 소스를 바꾸러 왔다갔다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문득 이 좋은 튜너를 '잘 들어주기만 하면 돼' 하고 그냥 넘겨주시던 선배님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선배님 덕분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