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도미니카에서...7

채우미 2014. 8. 20. 01:08

“Dios Le Bendiga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에게 임하시길).” 이번 선교 여행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말입니다. 이 축복의 말로 인사하면 모든 사람들이 아주 진지하게 큰 소리로아멘하고 답했습니다. 인사할 때마다 하나님의 축복을 간절히 사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두 번 째 방문한 밧데이의 이름은 꿈바였습니다. 구조는 비슷했습니다. 하나 다른 점은 공동 취사장이었습니다. 별도 건물을 짓고 그곳에 아궁이를 몇 개 만들어두어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해둔 겁니다. 그래서인지 집 앞 마당에서 숯불 화로를 볼 수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건물 벽도 옅은 초록색으로 칠해져있어 조금 전에 다녀온 하비자 밧데이 보단 깨끗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루시오 전도사의 발걸음이 남달랐습니다. 익숙한 장소이기라도 한듯 거침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루시오가 몇 해 동안 살던 밧데이였습니. 루시오는 자신이 살았던 집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습니다. 작지만 별도의 앞마당을 갖춘 건물이었습니다. 막 빨래를 하고 있었는지 큰 그릇에 물이 담겨 있고 그 주변에 물에 젖은 옷가지들이 놓여있었습니다. 건물 바로 옆에는 나무 몇 개를 얹어 가축 우리를 만들어두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비쩍 마른 돼지 한 마리가 한잠 늘어지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한 처녀를 보고 뭐라고 말하자 동행했던 마니갓이라겔이란 이름의 처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을 잘 안 믿는다고 하는군요. 그 말을 듣고 마니갓 목사님이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거예요.” 선교사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 결혼 안 한 처녀라고 들었는데 임신해서 배가 불러 있었습니다. 마니갓의 복음 전도는 열정적이었습니다. 라겔이 예수님을 확실히 믿겠다고 하자바로 영접 기도를 인도했습니다. 라겔이 영접 기도를 다 따라한 후, 마니갓은 그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후론 주님을 놓치지 않는 삶이 되도록 믿음을 부어주세요. 아이의 아빠와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의 미래를 놓고 기도하는 부모가 되게 하셔서 아이가 성장해서 자기 민족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영적 리더가 되게 해주세요.” 저도 마음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한 영혼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모습은 그곳이 어디든 관계없이 늘 가슴 벅찬 기쁨과 감동을 낳습니다.



다음 밧데이를 방문하기 전 점심 식사를 위해삐까(튀김)뽀요()’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이름 그대로 닭튀김 전문 식당이었습니다. 주 메뉴는 닭튀김과 콩으로 만든 독특한 쏘스를 얹은 밥 또는 국수였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곁에서 보고 있던 사모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지난 주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은 하나도 못 드셨는데목사님과 집사님은 참 잘 드시네요. 지금은 이 식당이 많이 개선된 거예요. 저렇게 플라스틱 진열장 안에 닭튀김을 보관하기 전에는 닭튀김을 아무렇게나 두는 바람에 파리들이 얼마나 들러붙어 있든지….” 그 장면을 본 이후론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날도 사모님은 집에서 손수 만들어온 샌드위치로 식사하셨습니다. 선교사님에게서 이런 정도의 식사도 밧데이 사람들에겐 먼 나라의 식단이라는 말을 듣곤 마음이 시렸습니다. 그들에겐 예수님만이 유일한 소망이시라는 생각이 더 굳어지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선교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복음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밧데이로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