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어떤 헌책방 이야기

채우미 2014. 5. 15. 23:20


세상을 읽기 위해 가끔씩 인터넷에서 신문을 검색합니다펼쳐진 신문 위엔 ‘절 클릭해주세요.’ 하듯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기사들로 이루어진 숲을 지나다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단어들도 만나게 됩니다그럴 때면 큰 기사거리가 아니더라도 꼭 열어보게 됩니다그중 하나가 ‘헌책방’이란 단어입니다학창 시절 주머니 수준에 맞춰 양서를 구하려는 욕심에 자주 드나들다가어느새이 단어가 마음 한 켠에 심겨진 모양입니다사회에 나와 고정 수입이 생긴 이후 20년이 넘도록 거의 찾은 적이 없었음에도 ‘헌책방’이라는 단어만 만나면 이처럼 반가우니 말입니다여기저기 아무렇게나탑처럼쌓여있던 책더미들그속에서 보물을 찾듯 꼼꼼하고 바쁘던손끝과 시선묵은 책향이 좋아 연신 벌름거리던 코끝…이 모두가 ‘헌책방’을 마주칠 때마다 손에 잡힐 듯 떠오르는 캐리커쳐들 입니다그런데 오늘 이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든 기사를 만난 겁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빅스톤갭이라는 마을에 헌책방이 생겼습니다. 5년전 인구 약 5,4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헌책방이 들어서자 주민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주인은 도시 생활에 진력을 느낀 전형적인 도시인 부부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했습니다1년도 못 버틸걸.” “설사 돈을 번다해도 곧 떠나겠지.” 그런데 5년이 지나고 난 지금 이 헌책방과 주인 모두가 마을 주민들에게 소중한 식구가 되었다는군요‘고독한 소나무의 이야기들’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헌책방이 빅스톤갭 사람들 마음에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을 그린저서를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이런 뭉클한 이야기도 담겨 있더군요.

헌책방엔 내심 반갑지 않은 손님들도 있었다고 합니다‘땅꼬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노인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하루에 한 번은 꼭 들러서 그 큰 목소리로 한바탕 수다를 쏟아놓고 사라지는 노인이 매번 반갑진 않았던 겁니다그래도 도시 출신 주인 부부는 한번도 내색하지 않고 그 수다를 다 들어주었습니다가끔씩 맞장구도 쳐가며노인이 죽은 후 딸이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아빤 이곳에만 오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아빠는 똑똑한 헌책방 주인이 친구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셨죠배움이 짧아 글을 읽을 수도 없는 아빠가 이 헌책방을 좋아했던 이유입니다물론 두 분에겐 귀찮을 수도 있었을텐데…감사해요.” 책을 읽지 못하는 ‘땅꼬마’는 헌책방에서 산 책 대부분을 재향군인회에 기증했다는 이야기와 함께기사를 읽는 중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주셨습니다사회에서 분리되고 그래서 소외감을 상처처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소망 그 자체이셨습니다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문둥병자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막지 않으셨습니다그들은 정상인들이 알아보고 피해갈 수 있도록 특이한 차림을 해야했고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겐 “Unclean!(나는 부정한 자다!)” 하고 큰소리로 외쳐야 했습니다그런 그들을 주님은 사랑으로 안아주셨고 치료해주셨습니다세리들도 외롭긴 마찬가지였습니다로마 정부의 하수인이 되어 동족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고 그것도 모자라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 배까지 불리는 세리들은 멸시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예수님을 보러왔다가 군중들 틈에 끼지 못하고 결국 뽕나무 위에 올라가야했던 세리 삭개오의 처지가 동시대인들의 세리들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주님은 그들도 똑같이 사랑하셨습니다그분의 사랑 속에서 한 세리는 이전의 삶을 회개하고 새사람이 되었고또 다른 세리는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 되어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를 찾는 사람 모두를 한결같은 사랑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