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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다

채우미 2014. 6. 23. 23:13


손이 자주 가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으뜸은 역시 성경입니다. 제게 주어진 소명 때문이기도 하지만 읽을 때마다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여진 책이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생명력은 퍼올리고 퍼올려도 다함이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손이 많이 가는 책들은 대동소이하지만 그래도 '마르틴 루터의 생애'를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루틴해진 삶 때문에 신앙이 미지근해져감를 느낄 때, 또 이 시대 교회들이 하나님의 뜻에서 멀리 벗어난 모습으로 인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 전 이 책을 펼치곤 합니다. 루터의 치열했던 개혁 정신을 통해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해섭니다. 


루터를 소재로 삼아 쓴 책들은 많습니다. 롤란드 베인톤이 쓴 이 책이 그중 백미라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제 주관적 판단입니다.). 방대한 문헌들을 기초로 중요한 사건들을 보다 상세하게 기록했고, 종교 개혁 흐름에 끼친 루터의 영향력을 깊지만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은 루터가 예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은혜를 발견하고 구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장들과 그후 하나님의 진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거대한 로마 카톨릭 조직과 맞서 생명을 걸고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장들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교회와 성도들에게 개혁이란 늘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듭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께 드리는 기도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바르게 하는 개혁의 작업을 소흘히 하는 순간 교회와 성도의 삶 안에서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이 생겨나고, 교회의 운영을 위해 세상의 기업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경향이 생기고, 교회의 직분을 세상의 권력처럼 행사하고, 교회 담임 목사직을 왕권처럼 세습하려 하고, 세상 안에서의 지위가 교회 안으로 그대로 옮겨져 차별화가 생겨나고, 교회를 자기 유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기복주의가 만연하고...이런 것들이 다 부패의 징후들인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면 마치 깊은 산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우고 있는  심정이 됩니다. 동시에 부패의 냄새를 풍기는 삶과 시대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개혁의 의지를 다시 다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이 하나님께서 도구로 사용하신 한 개인의 치열한 삶을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