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씻겨주시다
제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십니다. 이 사건은 중요한 교훈들을 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하셨을 때, 베드로는 거부합니다. 종이나 할 일을, 주님께서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불편했던 겁니다. 주님은 그런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씻기지 않으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태도가 180도 달라진 베드로는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겨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때 주님께서 “이미 목욕한 자는 발만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엔 구원과 관련한 영적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목욕한 자란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구원받은 성도를 뜻합니다. 그리고 길을 걷는 동안 더러워진 제자들의 발은, 구원받은 백성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시험과 유혹을 이기지 못해 죄에 넘어진 상태를 뜻합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행위는 믿음의 성도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면 주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는 영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다. 주님께선 천국가는 길 곳곳에 성도들이 자신의 더러워진 발을 닦을 수 있도록 회개라는 이름의 세면장을 만들어 놓으신 겁니다. 그 세면장을 운영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회개는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사랑과 은혜의 선물인 겁니다. 물론 회개를 남용해선 안 됩니다. 회개가 자칫 죄를 맘껏 지어도 되는 ‘LICENSE TO SIN(범죄 면허증)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모든 성도들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따라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는데도, 죄를 지었을 때, 바로 그때 자신의 더러워진 발을 씻는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겁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섬김의 도입니다. 제자들은 틈만 나면 누가 큰가를 두고 다투었습니다. 천국에서 큰 자가 되려면 종의 자리로 내려가 섬겨야 한다고 반복해서 가르쳐 주셨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 답답한 상황에서, 주님은 가장 강력하고 충격적인 교육법,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방법을 사용하신 겁니다. 이렇게까지 하신 이유가 뭘까요? 요한복음 17장은 주님의 마지막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기도 제목은 크게 둘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제자들의 연합, 하나됨이었습니다. 그만큼 주님은 교회의 연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신 겁니다. 그런데 이 하나됨을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영적 요소가 바로 섬김인 겁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 중요한 섬김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당신이 직접 종의 자리에 내려가 섬기는, 가장 극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을 동원하신 겁니다. 섬김은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신 또 다른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나님께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아신 주님께서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말은 주님께서 주실 수 있는 최고, 최대의 사랑으로 사랑하셨다는 뜻입니다. 그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니, 더러워진 제자들의 발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으셨던 겁니다. 그래서 주님은 종의 자리, 섬김의 자리로 기꺼이 내려가실 수 있었던 겁니다. 섬김의 진정한 뿌리는 사랑인 겁니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 우리들에게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바로 13장 34절의 말씀입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우리도 주님께서 보여주신 본을 따라 서로를 사랑으로 섬기는 제자들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는 섬김은 부자연스러워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고, 또한 시간이 지나면 그 밑바닥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가 받고 누리는 주님의 십자가 사랑, 그 무한한 사랑을 섬김을 통해 서로에게 흘려보냄으로, 교회를 주님께서 원하시는 연합의 공동체로 세워가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