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갇힌 자

채우미 2022. 1. 22. 02:09

에베소서 3장 첫 절에서 바울은 자신을 갇힌 자, 원어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면 prisoner, 즉 수감자라고 소개합니다. 황제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미결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감자라는 사실이 드러내 놓고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바울은 자신의 이런 처지를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수감자를 수식하고 있는 표현들을 살펴보면, 바울이 왜 당당한 지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수감자라는 단어를 꾸미고 있는 표현을 원문 그대로 가져오면, 하나는 그리스도 예수의이고, 다른 하나는 너희 이방인을 위해입니다. 그러니까 이 두 수식어와 수감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면, 왜 바울이 수감자라는 사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오늘 본문에서 얻게 될 교훈입니다. 수감자와 수식어의 관계를 알기 위해선, 바울이 로마 감옥까지 오게 된 경위를 간단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이 로마 군대에 잡힌 건 절기를 맞아 성전을 찾은 아시아 출신 유대교인들의 무고 때문이었습니다.  성전에 이방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데, 바울이 에베소에서 함께 온 이방인과 함께 성전에 들어왔다고 고발한 겁니다. 이처럼 바울은 로마 법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 그것도 자신을 증오하는 자들의 무고로 포로가 된 겁니다. 하나님 뜻대로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에 갈 계획을 세워 둔 바울은 난감했을 겁니다. 포로 된 몸으로는 로마에 갈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때부터 신비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장 처음 경험한 사건은, 주님을 만난 겁니다. 직접 찾아오신 주님은 바울에게 주님의 계획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나를 증거한 것같이 로마에서도 증거하게 될 것이다.” 이후 바울은 고비 때마다 주님의 도우심을 체험하며, 갇힌 몸으로도 무사히 로마에 도착하게 됩니다.

유대교인들 중에서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결심한 그룹이 생기자, 주님께선 즉시 로마 군대를 동원해 바울을 예루살렘에서 총독이 있는 가이사랴로 안전하게 옮겨 주셨습니다. 총독 벨릭스가 사익을 위해 바울을 2년이나 감옥에 가두어 두자, 주님은 아예 총독을 베스도로 바꾸셨습니다. 총독 베스도가 재판하는 중 유대교 리더들 편에 서려고 하자, 바울에게 지혜를 주셔서 로마 황제에게 고소하도록 하셨습니다. 바울을 태우고 로마로 출발한 배가 파선 위기에 놓였을 때도, 주님께서 바울과 함께 배에 탄 사람 모두를 살려주셨습니다. 로마에 도착했을 때, 바울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믿는 백부장의 마음을 감동하셔서, 바울이 감옥이 아닌 셋집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바울이 포로 된 몸으로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오게 된 전 과정을 살펴보니, 바울은 예수님 때문에 로마에 와 있는 겁니다. 로마에서의 복음 증거라는 소명을 주신 주님께서, 바울이 그 소명을 이룰 수 있도록 로마까지 직접 이송하셨고, 또한 그 소명을 펼칠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해주신 겁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을 로마의 수감자가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수감자라고 자신 있게 선포하고 있는 겁니다.

 

주님은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소명을 주신 주님은 그냥 지켜만 보고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셔서 주신 소명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겁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믿고, 소명을 이루기 위해 담대하게 출발하는 겁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쓴 디모데후서 47절에서 바울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3개의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선한 싸움을 싸웠고, 자신이 달려갈 길을 마쳤고, 믿음을 지켰다. 선한 싸움을 싸우는 내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한 순간도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놓치지 않았고, 그래서 결승선을 잘 통과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도 주님만 믿고 소명을 향해 끝까지 질주하길 바랍니다.

 

바울은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실패하고 맙니다. 모인 자들이 논쟁만 하다가 돌아가버리고 만 겁니다. 그때 바울은 주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로마에 보내셨다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그래서 바울은 본문에서 너희 이방인을 위해갇힌 자가 되었다고 선포하고 있는 겁니다. 사도행전 마지막 장을 보면, 이때부터 바울은 주님께서 셋집으로 보내주시는 이방인들에게, 그리고 빌립보서 1장을 보면 자신을 지키는 로마 군사들에게까지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합니다.

 

주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 무언가를 바로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마태복음 1624절에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좇는 것이 제자의 길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자기 십자가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합니다. 십자가는 소명을 뜻하는데, 주님께서 각자에게 맞는 소명을 주셨다는 겁니다. 모든 성도가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 보여주신 모범을 따라 순종하며 달려갈 때 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