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숲

2 달러가 준 뜻밖의 기쁨

채우미 2014. 6. 3. 12:04


저녁 식사를 하다가 막내에게 쓰리프트 스토어(한 번 쓰고 기부한 물건을 파는 가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뭘 샀는데?" "LP들을 사왔지. 교회 한 집사님이 쓰던 턴테이블을 주신다고 해서 몇 장 사왔어. 온라인에서 구입하려면 제법 비싸잖아. 그래서 거기 잠간 들러서 14 달러 주고 20장 사왔어. 상태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닦아 쓰면 괜찮을거야."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막내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해졌습니다. "대박!!! 아빠, 내가 아버지 날 선물을 미리 준비해두었는데...그게 LP야. 친구들하고 월남 국수 먹고 나오다 옆에 있는 쓰리프트 스토어에 들렀었거든. 아빠 음악 좋아하는 걸 알고 LP 한 장 샀지(사진: Vivaldi의 '사계'). 작년 크리스마스 때 턴테이블 사려고 하다가 그 돈 다 불우 이웃 돕는데 썼잖아. 그래서 2 달러 주고 그냥 기념품용으로 샀는데...턴테이블이 생긴다니 깜짝 놀랐네."

자신의 선견지명에 기뻤던 모양입니다.


물론 내 기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로 고를 줄 아는 녀석이 대견했던거지요.


저녁 식사 후 산책하는 중 아내가 이렇게 묻더군요. "그렇게 좋아요? 지금도 얼굴에 그렇게 써 있어요."


2 달러가 생산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맛 본 하루였습니다.


"막내, Thank you!!!"


*P.S. The Bach Guild Vanguard" 레이블을 찾아 보니 Bach 작품 전체를 녹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회사라고 하는군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와 관련있는 회사 LP라고 하니 더 정감이 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