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기적
예수님께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첫번째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유대인들에게 혼인은 인생 최고의 예식입니다. 그래서 혼인 잔치를 아주 완벽하게 준비합니다.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손님들을 미리 초대하고, 초대에 응한 사람들만 대상으로 음식과 포도주를 준비합니다. 가나의 신랑도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했을 겁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겁니다. 포도주는 혼인 잔치의 흥을 돋우는데 필수품입니다. 잔치가 중단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한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다행히 해피 엔딩으로 끝납니다. 그곳에 예수님께서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물을 최상의 포도주로 만들어 다급한 불을 꺼 주신 겁니다.
이 기적이 담고 있는 첫번째 교훈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래서 하나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이사야 24장 말씀에 기초해서, 인간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을 ‘흔들리는 터전’이라고 불렀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고 보니, 틸리히의 표현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들리는 세상 위에 선 인간도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성도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육신은 흔들리는 땅 위에 서 있지만, 영혼은 하나님 나라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바울은 골로새서 3장에서 “우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취”었다고 표현합니다. 전지전능하시고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품 안에 안고 계신 겁니다. 믿음의 성도들은 이 엄청난 진리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럴 때, 자신의 삶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해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 때문에 담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행하신 첫번째 표적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표적의 장면에 등장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그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실마리 역할을 합니다. 먼저 주님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는 마리아를 향해 “여자여”라고 부르십니다. 당시 여자라는 표현이 정중하고 예의 바른 표현이긴 하지만, “어머니”라는 호칭 보다는 훨씬 어색합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주님께선 이 표현을 통해 이제 공생애, 즉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로서의 삶을 시작하셨다고 선포하신 겁니다. 사실 성자 하나님은 누구의 자녀도 아닙니다. 또한 마리아에게 하신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말씀도 어렵습니다. 이 문장의 뜻은 예수님의 삶은 더 이상 마리아가 상관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니라는 겁니다. 좀 모진 표현 같지만 공생애와 연결하면 이해가 됩니다. 공생애가 시작되었으니, 지금부터 주님은 오직 하나님, 즉 인간 구원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이 땅에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뜻만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겁니다. 어려운 표현들이 다 공생애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첫번째 기적도 공생애, 즉 구원과 연결해서 풀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상징적 장치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혼인 잔치는 천국 잔치를 상징합니다. 유대인의 결례에 사용되는 돌 항아리와 물은 모세의 율법을 상징합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물을 통해, 율법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불완전한 인간은 율법을 100%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율법은 몽학 선생의 기능을 합니다. 절망한 인간들을 참 구원의 길이 되시는 예수님 앞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선 돌 항아리에 물을 부으라고 하셨고, 그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겁니다. 결국 주님의 포도주 때문에 혼인 잔치, 즉 천국 잔치는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물이 율법을 상징한다면, 포도주는 복음을 상징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를 통해 은혜로 주신 선물, 즉 구원을 뜻하는 겁니다. 주님은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이 첫번째 기적을 통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율법의 시대를 닫고, 은혜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는 걸 선포하고 계신 겁니다.
오직 예수님만 구원의 길이 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