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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여행자

채우미 2021. 9. 18. 01:33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 서두에서 바울은 교회 식구들을 특별한 표현을 사용해서 부릅니다.

 

먼저 에베소에 있는 성도라고 부릅니다. 성도란 구별된 공동체라는 뜻인데, 하나님을 위해서 구별되었다는 뜻과 세상으로부터 구별되었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당시 에베소는 큰 항구를 지닌 데다가 세 개의 큰 도로를 끼고 있어 무역이 활발했고, 돈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였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했습니다. 또한 50개가 넘는 신들을 섬기는 우상의 도시였고, 특히 아데미 신을 섬기는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아데미를 위해 고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 부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신전을 지어서 바쳤고, 오월 한 달을 온전히 구분해서 아데미 신을 위한 축제로 보낼 정도였습니다. 또한 마술과 미신이 가장 성행한 도시였습니다. 신앙을 지키기 찬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그들에게 너희들이 성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다. 에베소 안에는 물질을 사랑하는 사람들, 우상에 미친 사람들, 마술과 미신을 의지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성도, 즉 하나님의 백성들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 즉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아주 분명하게 선포하고 계신 겁니다.

 

바울은 또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신실한 자라고 불렀습니다. 신실한 자란 한 번 맺은 약속 또는 관계를 깨끗하고 진실하게 잘 지켜가는 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예수 안에서라는 표현은 연합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요한복음 15장 말씀, 주님께서 당신을 참 포도나무에 비유하시고, 주님을 믿는 자들을 참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라고 하신 비유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리고 가지들이 참 포도 나무에 붙어있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는데, 그건 바로 계명,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선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란 호칭을 통해,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 세상과 연합해서는 절대 안 되고, 하나님의 말씀을 준행하여 오직 주님과 연합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고 계신 겁니다.

이제 바울이 사용한 호칭에 담긴 교훈을 정리해볼까요? 하나님의 백성들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자신이 주님과 연합된 삶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함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호칭을 묵상하는 중 우리 믿음의 성도들은 영적 여행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 그 나라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색다른 문화를 경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내 문화를 버리고 그 문화를 취하진 않습니다. 여행이 끝나면 돌아가야 할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늘 이방인인 겁니다. 크리스천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것도 비슷합니다. 믿음의 성도들은 예수님께 붙어있기 때문에, 포도 나무에 달린 가지에서는 포도만 열리듯, 우리는 자연히 예수님을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른, 구별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이 구별된 삶이 믿지 않는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강력한 힘으로 역사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확실한 도구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세상 속에서 낯선 영적 여행자로 사는 건 외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공격해오는 시험과 유혹 때문에 힘든 여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라는 믿음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교회는 영적 여행자들이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여행에 필요한 힘과 지혜를 공급받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적 여행자들끼리 서로 사랑으로 격려하고 돕고 도전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거룩하고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한 이 영적 여행을 끝까지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겁니다.

 

교회는 영적 여행자들이 믿음과 사랑을 충전하는 충전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