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새벽묵상 #2
오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실 때 가장 가까이 있었던 시몬의 삶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몬은 구레네에서 유월절 절기를 지키러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습니다. 구레네라는 지역은 지금 지도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 해당하는 곳이니 꽤 먼 곳에서 절기를 지키러 온 겁니다. 신앙이 깊은 자라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 따르면, 시몬은 예루살렘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사건, 즉 예수님 재판에 대한 소식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무거운 십자가 형틀을 지고 로마 병사의 인도에 따라 골고다를 향해 가고 계신데, 그리고 그 모습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시몬은 자기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그냥 가고 있었던 겁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간이 삼시, 지금 시간으로 9시였으니, 예수님께서 브라이도리온이라 불리우는 로마 군대 막사를 떠난 시간은 약 8시 30분쯤 되었을 겁니다. 그 시간을 clue 삼아 시몬의 목적지를 추정해보면 성전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에서 드리는 기도 시간은 하루에 3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갔던 다니엘도 하루 3 번 예루살렘 성전이 있는 곳을 향해 기도를 드린 겁니다. 기도 시간은 오전 9시와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였습니다. 그러니까 시몬은 먼 곳에서 절기를 지키러 온 신실한 신앙인 답게, 아침 9시 기도 시간을 지키기 위해 성전을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었던 겁니다.
마침 그때 십자가 형틀을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만난 겁니다. 이미 살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를 정도로 채찍을 맞으신 주님께서 무게가 약 140 파운드에 달하는 십자가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내기 힘드셨을 겁니다. 그래서 걷다가 힘에 겨워 수 차례 주저 앉으셨을 겁니다. 그러자 로마 병사는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질 사람을 찾다가, 마침 길을 지나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시몬을 보고 그를 택한 겁니다. 시몬에게는 참 뜻밖의 일이었고 그래서 귀찮은 일이었을 겁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왜 하필이면 나야 하며 불평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을 통해 시몬의 삶과 그의 가정에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시몬의 이름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늘 읽은 마가 복음만 시몬을 특별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비라고 소개하고 있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가복음이 누굴 위해 어디서 기록되었느지를 알면 의문이 풀립니다. 로마에 있는 성도들을 위해 로마에서 기록한 겁니다. 그러니까 마가는 시몬이 생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로마의 성도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가 바로 시몬이라는 겁니다. 마가가 이 사실을 밝힌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시몬이 주님의 십자가를 진 이 사건을 통해 그의 가정에 임한 특별한 축복을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마가의 이러한 의도를 알기 위해선 로마서 말씀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로마서 마지막 장인 16장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자신과 함께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일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명단에 시몬의 아들 루포와 그 어머니가 등장하는 겁니다. 시몬과 알렉산더의 이름이 빠진 것은 바울이 로마서를 쓸 당시 두 사람은 이미 하나님 품에 안겼기 때문일 거라고 해석합니다. 바울은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고 소개함으로 루포의 가정이 동역자의 관계를 넘어 자기 가족과 같다고 말합니다. 또한 다른 동역자들과는 달리, 루포와 그의 어머니의 경우는 택함 받은 과정을 특별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이 표현을 통해 바울은 신비한 방법으로 이 두 사람이 주님을 믿게 되었음을 알리고 있는 겁니다. 즉, 오늘 본문의 사건, 즉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건을 통해 시몬과 그의 가족 모두가 구원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겁니다.
시몬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면서, 원래 계획 대로 성전에 기도하러 갔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놀랍고 신비한 일들을 체험했을 겁니다.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 수난을 당하는 동안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십자가 처형의 자리로 내몰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향해 주신 용서의 말씀, 회개한 강도에게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거라고 하신 말씀, 다 이루셨다는 말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다 들었을 겁니다.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셨을 때 일어난 신비한 사건들도 자세히 보고 들었을 겁니다. 로마의 백부장이 “이 사람은 진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고백하는 모습, 성전의 지성소를 가리고 있던 휘장이 위 아래로 찢어진 사건을 다 보고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며칠 후, 장사한지 3일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소식도 들었을 겁니다.
시몬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 밖의 사건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 구원이라는 우주 최고의 선물을 받았고, 식구들에게도 이 복음을 전해 전 가족이 구원의 복을 누리게 된 겁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시몬의 이 특별한 구원 사건이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기독교 신앙에는 우연이란 없습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뿐입니다. 시몬 스스로는 계획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아들을 위해 시몬을 택하신 겁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사건을 통해 시몬과 그 가족을 구원해주신 겁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인 겁니다.
성경은 시몬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특별하고 신비한 은혜를 통해 믿음의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는 겁니다. 성도들마다 구원받은 과정이 다 다릅니다. 시몬 보다 더 특별하고 신비한 과정을 통해 구원받은 성도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구원엔 공통점이 있고, 그건 바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인 겁니다. 하나님께선 창세 전에 택하신 자들을 반드시 구원의 자리로 불러 주시는 겁니다. 하나님의 이 전적인 은혜 때문에 모든 구원의 사건은 다 특별하고 신비한 겁니다. 평범해 보이는 내 구원도 특별하고 신비한 겁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특별하고 신비한 구원을 받고 누리는 우리들이 하나님께 항상 그리고 평생 드려야 할 것은 기쁨과 감사의 찬양입니다. 현재 처한 현실 때문에 찬송을 잃어버린 분이 혹시 있다면, 다시 회복하는 절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두란노 구원의 공동체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행복한 교회가 되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