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아침 커피를 내리는 기쁨

채우미 2014. 5. 22. 13:34


새벽 예배에서 돌아오면 손수 커피를 내립니다. 남편이 타는 커피가 훨씬 맛있다는 아내의 칭찬에 넘어가(?) 아침 커피 당번이 시작됐는데...이젠 아침이면 꼭 담당해야 하는 일과-그러나 기쁜 일과-가 된 겁니다. 


커피를 타는 기쁨은 갈아놓은 원두가 담긴 용기의 뚜껑을 열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커피의 체취를 가장 진하게 체험하는 순간은 바로 용기를 여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필터를 커피 머신에 꽂는 작업은 작은 의식(ritual)과도 같습니다. 빼곡하게 겹쳐 포장된 필터들 중에서 딱 하나를 뽑아내려면 손톱 끝을 사용해야 합니다. 단 수 초 정도의 시간이지만 집중과 신중함을 요구하는 과정이 작은 의식을 방불케 합니다. 

원두가 뜨거운 물에 씻겨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아침 신문을 펼쳐읽곤 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사고할 거리를 찾는 과정입니다. 


오늘 아침엔 커피를 손에 들고 서재로 갔습니다. 바흐의 파르티타스를 피아노로 연주한 Murray Perahia CD를 걸어놓고 성경을 펼쳐 읽었습니다. 독특한 커피향과 음악의 향취와 말씀의 향기가 어우러져 은혜로운 아침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침 커피는 커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