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주간 새벽 5
요19:28 내가 목 마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하신 5번째 말씀은 “내가 목마르다.” 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 바로 앞부분에 주님께서 왜 이 말씀을 하셨는지 그 이유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으로 응하게 하려고, 설명하면 구약의 말씀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목 마르다”고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주님은 육신적인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통해서도 우리가 꼭 새겨들어야 할 영적 메시지를 전해주고 계신 겁니다. 무슨 메시지일까요? 깊이 묵상해 보았습니다.
지금 십자가 위에 달리신 주님은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계십니다. 우리 대신 하나님의 심판을 받기 위해 스스로 죄인이 되신 겁니다. 그러니까 “목이 마르다”라는 주님의 말씀 안에는 “내가 죄인이 되어보니 목이 마르구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겁니다. 묵상이 여기까지 이르자, 요즘 묵상하고 있는 이사야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목 마르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구약 성경 전체에서 “목 마르다”는 표현이 16번 나오는데, 그중 8번이 이사야에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8번 중 6번은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인 자들, 즉 죄 중에 있는 자들을 표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만이 그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라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님은 “목이 마르다”라는 말씀을 통해 이사야의 말씀을 이루고 계신 겁니다. “성자 하나님인 나를 믿고 죄의 문제를 해결하라. 그러면 너희들의 영적 목마름도 해갈될 것이다”라고 선포하고 계신 겁니다.
복음서를 보면 세상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주님을 찾아오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두 사람만 들어보겠습니다. 니고데모가 그중 한 사람입니다. 니고데모는 성경 지식이 누구 보다도 뛰어난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유대의 최고 의결 기관인 산헤드린 공회의 멤버였습니다. 지식이 뛰어나고 권력까지 소유한 니고데모는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 갖춘 사람이 밤에 몰래 주님을 찾아온 겁니다. 주님은 니고데모의 목마름을 아셨습니다. 그건 바로 진리를 향한 목마름이었습니다. 남들 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깊이 성경을 연구했지만, 그속에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한 겁니다. 그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해 나온 겁니다. 주님은 니고데모가 찾고 있는 진리를 가르쳐주심으로, 그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셨습니다.
부자 청년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는 젊었습니다. 신체적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청년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 큰 부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관리로서 권력을 소유한 자였습니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10계명을 잘 지켜온 삶이 바른 청년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청년은 주님께 나와 영생 얻는 법을 여쭤봅니다. 죽음을 생각하니 자기 가진 모든 것이 헛되다는 사실을 안 겁니다. 그러자 죽음이라는 절망의 벽을 넘어서고 싶은 목마름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그 목마름을 채우려고 주님을 찾아온 겁니다. 불행하게도 부자 청년은 주님을 믿지 못해서 여전히 목이 마른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우리 시대의 사람을 만나볼까요?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을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병철씨는 1987년에 숨졌는데, 바로 그 해에 절두산 성당으로 24가지의 질문을 담은 쪽지를 보냅니다. 그 질문지에는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습니다. 몇 가지만 읽어보겠습니다.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하나님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하나님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종교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기독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기독교인도 아닌 이병철 회장이 왜 이런 질문을 절두산 성당에 보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절두산은 병인 박해 때 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 당한 장소입니다. 그러니까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도 아끼지 않은 기독교인들의 믿음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순교를 불사한다는 건,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존재와 천국을 분명히 믿고 있다는 뜻인데, 그 믿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질문들을 보면서 이병철 회장의 목마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막상 죽음을 앞두고 보니 다 소용없는 겁니다. 죽음 후가 두렵고 궁금한 겁니다. 그래서 진짜 종교를 찾아 그 목마름을 채우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병철 회장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질문지를 보내지 말고, 기독교 지도자를 불러 함께 성경을 읽고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 목마름을 채울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영적 목마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그래서 죄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전에는, 말씀 드린 세 사람처럼, 모든 인간이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안고 살아가는 겁니다. 지은 죄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재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하나님과의 단절을 낳는 죄의 문제가 완전하게 그리고 영원히 해결되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 결과 성령님께서 우리를 성전 삼아 임하셨고, 성령님께서 영적 목마름의 원인이 되는 혼돈과 공허와 흑암의 문제를 우리 삶으로부터 깨끗이 제거해버리셨다는 사실도 믿으시기 바랍니다. 이 믿음 위에서 우리의 목마름을 생수로 채워주신 주님께 평생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리는 삶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