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커리커처

고난주간 묵상 하나 마태복음 27:27-31

채우미 2019. 4. 21. 12:26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로마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당하시고 희롱 당하시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하는 동안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2004년에 이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그때 제가 부교역자로 섬기고 있던 교회가 근처 극장의 시간대 하나를 몽땅 사서 교인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바로 Via Dolorosa를 극화한 겁니다. 영화 속 예수님께서 당하신 수난이 너무 리얼해서 상영 시간 2시간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눈물과 한숨과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비슷한 기억을 갖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중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예수님께서 채찍에 맞는 장면입니다. 

채찍질 하는 병사가 예수님의 등이 잘 보이도록 웅크리게 만든 후 움직일 수 없도록 두 손을 짧막한 기둥에 묶어 두고 채찍질 하기 시작하는데, 한 번 채찍이 등에 닿을 때마다 주님의 등에서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피가 튀었습니다. 채찍을 자세히 보니, 그 끝에 금속 조각이 달려있었습니다. 몇 대만 때리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채찍질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십 번 해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가혹하고 긴 채찍질이었습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십자가 형을 앞두고 채찍에 맞다가 죽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채찍질이 끝낱을 때, 예수님의 등은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이 패여있었고, 기둥 근처엔 주님께서 흘리신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채찍질은 주님께서 당하실 수난의 서곡에 불과했습니다. 주님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수난은 심적 고통이었습니다. 

관정에 있는 병사들이 다 모였다고 본문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앞에서 모욕 당하는 것과,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희롱당할 때의 모욕감의 크기는 소수 앞에서 당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그런데 주님은 지금 수 백명 되는 병사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고 계신 겁니다. 병사들은 주님의 옷을 벗긴 후, 홍포, 즉 자기들이 걸치는 붉은 망또를 입히고, 가시 면류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손에 들게 한 후,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소리쳤습니다. 니가 유대인의 왕이라며. 아이구 유대인의 왕은 무슨…법 정 밖에서 너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던 그들이 다 유대인들이었잖아. 그런데 무슨 니가 무슨 유대인의 왕이냐. 그렇게도 왕 대접 받고 싶다면, 십자가에 달기 전에 우리가 해줄께. 희죽대며 왕 놀음을 마친 로마 병사들은 멸시하는 눈초리로 예수님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머리를 내려칩니다. 우리 주님은 하나님 우편 보좌에서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고 온 우주를 통치하시던 분입니다. 유대인의 왕이 아니라 온 우주의 왕이십니다. 그런데 직접 창조하신 피조물로부터 말로 다할 수 없는 희롱을 당하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 주님의 심적 고통은 더 크셨을 겁니다. 

주님의 고통을 깊이 묵상하는 중,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제자들에게 “내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서 죽을 지경이다.” 하시던 주님 말씀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께 왜 이 잔을 내게서 옮겨 달라고 간구하셨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뜻대로 순종하겠다고 결단하시고도 왜 3번씩이나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주님께서 감당하셔야 할 고통의 크기가 컸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의 가슴을 치는 장면은 주님의 침묵입니다. 주님께선 무지한 우리를  죄와 사망의 그늘에서 건져내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그 큰 고통을 그냥 그렇게 견뎌내고 계신 겁니다. 그래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면 할수록 우리 마음 속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를 향하신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입니다.

우리에게서 허물과 죄를 씻어주시려고 주님은 찔림과 상함을 당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평화와 치유를 선물해주시려고 징계를 받고 채찍질을 당하셨습니다. 이사야 53장의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부어주신 이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절대 잊고 않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 겸손하게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을 경배하는 삶이 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