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스천 SL12si
왼쪽 스피커 |
오른쪽 스피커 |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지하실로 내려가 음악을 듣습니다.
매일 드리는 새벽 예배 말씀을 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성경과 노트를 펴고 독서등을 켠 후
나 못지않게 시간을 먹고 지금까지 생존해온 녀석들에게 다가가
가장 먼저 맥킨토시에 전기를 먹이고 진공관이 달아오르는 모습을 확인한 후
리복스와 마란츠의 on" 스위치를 순서대로 누르고 올립니다.
그러면 리복스는 창에 불이 들어오고 마란츠는 노란 전구빛으로 자기가 살아있다고 눈짓합니다.
녀석들이 준비되면 CD 장에서 음악을 선택합니다.
묵상해야 하는 시간이라 주로 소편성 곡들을 고릅니다.
소나타, 현악 중주, 협주곡...
또한 쉽고 평안하고 아름다운 곡들이 주로 손에 잡힙니다.
바하, 하이든, 모짜르트, 소팽, 멘델스존, 슈만, 베토벤, 헨델...
CD를 먼저 고르는 이유는
LP는 진공관이 예열된 후에 들어야 담고 있는 음을 충분히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0,1,0,1...' 디지탈 식으로 전환된 음들로 채워진 CD는
진공관 예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듣기 순서를 CD -> LP로 정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깨달음을 노트에 적어내려갑니다.
물론 묵상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할 때부터 음악은 들리지 않지만
여전히 공간을 흔들고 채우며 노트 위 글 속으로 스며듭니다.
스피커는 음악, 소리를 쏟아내는 울림통입니다.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부터 브리티시 풍의 소리를 들어서인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셀레스천이 제겐 딱 입니다.
중음이 풍성하고 저음은 타이트하고 고음이 날카롭지 않아서 좋습니다.
고풍스럽고 우아하고 묵직한 소리라고 표현해야 하나...
역시 소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작업입니다.
오디오파일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앰프 스피커 소스기 들 각자가 아무리 실력 좋은 놈들이라 해도
함께 연결해두었을 때 좋은 소리를 생산하지 못하면 꽝이라고.
그런 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서로가 협력해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 묵상 중에 함께 곡들은...
CD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LP로는 바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