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의자에서

추수감사절 아침에

채우미 2022. 11. 25. 04:40

추수감사절 아침, 조금 있으면 들이닥칠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올해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감사의 조건들을 반추해봅니다. 그중 몇 가지만 글로 옮깁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약 15년 동안 변함없이 부족한 종을 끌어안고 동행해주신 주님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목회하는 중 큰 파도가 일 때는 사랑의 품에 안아 주시고, 침체의 깊은 그늘이 드리울 때면 강한 팔로 붙잡아 이끌어 주시며, 게으름의 수렁에 빠지면 엄중한 음성으로 꾸짖어 끌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보통의 날들엔 주님의 임재 안에서 기쁨과 감사의 찬양을 부르게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역을 통해 좋은 동역자 친구들을 만나게 하시고, 365일 말씀과 기도로 매예배와 사역을 준비하는 동안 영성을 깊게 하시고 동시에 인격을 다듬어 주시며, 특히 주일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하셔서 이 거룩한 날을 부담이 아닌 참 안식을 맛보는 복된 날로 누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목회의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이처럼 목회가 일이 아니라 삶 자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체험케 하시는 주님께 더 풍성한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가족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큰 딸의 가정에 선물로 주신 아들 인성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병원을 방문해서 첫 손자를 가슴에 품었을 때의 감사와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막 태어난 손자가 전해주는 신선한 생명력과 혈육으로 연결된 따뜻한 사랑의 끈이 강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녀석을 안을 때마다 여전히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인성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도 참 기쁩니다. 어느 날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어느 날은 할아버지를 알아보고 활짝 웃고, 어느 날은 혼자 앉아 있고, 그러더니 어제는 처음으로 기어가 앞에 놓인 물건을 잡더군요. 예고 없는 성장의 순간들은 신비하기만 합니다. 인성이를 안을 때마다 주님께 이런 기도를 드립니다. “인성이에게 깊은 영성과 좋은 품성과 뛰어난 지혜와 건강을 주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교회를 돌아보면, 긴 코로나의 그늘을 벗어나 사역의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 해였습니다.

먼저 그동안 중단되었던 모임들이 재개되면서 교회가 다시 시끌시끌 생동감이 넘쳐서 기쁩니다. 격주로, 주일 예배 후 교회 식구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사하며 교제를 나누는 장면은 볼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하나님께서 신실한 지휘자를 보내주셔서 예배 중 할렐루야 성가대의 찬양을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감사의 조건입니다. 오랜만에 줄 맞춰 서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하나님께 찬양을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매주일 모여 절기 찬양을 준비하는 성가대는 예배 전부터 주님을 향한 기쁨과 감사로 교회를 뜨겁게 달구어 놓습니다.

또한 3년 만에 미시간 호수에 나가 침례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는 호수에서 거룩한 침례식을 마치고, 이후 친교와 새 가족 환영의 시간을 갖는 동안 모처럼 다 함께 마음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3

년 만에 단기 선교를 다녀온 일도 큰 사건이었습니다. 용기를 내 나선 선교팀에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는 참으로 풍성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더 풍성한 선교 후원금을 공급해주셨고, 선교팀이 사역을 펼칠 때마다 힘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침례 사역, 교회 리더들을 위한 세미나 사역, 교회 건축 사역, 안경과 쌀을 나누는 긍휼 사역 등을 주님 은혜 가운데 펼칠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날 60개 교회가 우리 교회를 위해 중보 기도하겠다는 약속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주일 예배 때 가졌던 간증 집회도 잊을 수 없습니다. 33색으로 하나님 주신 무한한 은혜를 뜨겁게 증거하는 동안 모두가 하나님의 임재를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올해도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잔이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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